'꼼수 따라하기' 비난 뻔한데도 민주당이 '위성정당' 군불 때는 이유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2-25 19:17:54
비례민주 창당시 비례 12석 늘고 범통합당 8석 줄어
여당도 결국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 것인가.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개정 선거법 딜레마에 빠져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이 제도는 그토록 반대하던 미래통합당에 최대 성과를 안겨줄 판이다.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면서 원내 1당, 그것도 과반의석 가능성 마저 예상되는 터다. 여권에서 통합당의 '꼼수'에 똑같은 방식의 '꼼수'로 대응하자는 현실론이 꼬리를 무는 이유다.
25일에는 민주당 중진까지 가세했다. 4선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비례 정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라며 "미래한국당이 선거법을 악용하는 반칙 행위를 뻔히 보고도 당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여권 내 여기저기서 '군불'을 때면서 여당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위성정당 창당은 가시권에 접어든 분위기다. 2월말 3월초 창당 깃발을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위성정당 창당은 양날의 칼과 같다. 상당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선거법 개정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여당 의원들이 왜 중진까지 나서 위성정당을 띄우려 불을 지피는 것인가. 그만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이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선거를 치렀다가는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못 챙길 수 있다. 1당 지위를 잃는 것은 물론 통합당에 과반 의석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게 작동하길래 민주당에 이렇게 위협적인 것인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란
현행 지역구 선거는 승자독식이다. 득표율 51대 49라면 51을 획득한 후보가 다 갖는다. 49%의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그 표심은 반영될 창구가 없다. 거대 양당이 표밭을 양분하는 현상도 초래한다. 두 거대정당이 모든 선거마다 표를 양분하다보니 정치 여론도 양극화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힘든 구조인 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으로, 정당 득표율로 전체 의석을 나눠가진 뒤 만약 지역구 당선자가 배분된 의석보다 모자라면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독일과 뉴질랜드가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도입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도입한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기존대로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되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을 적용해 연동률을 100%가 아닌 50%를 적용하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선 자연스럽게 군소정당은 의석수가 늘지만 거대 양당은 의석수가 줄게 된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이 이런 부정적 효과를 피해갈 '꼼수'를 밀어붙였다. 바로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이다.
그 꼼수의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민주당도 같은 방식으로 맞불을 놓자는 게 지금 민주당 안팎 일각의 기류다.
한국갤럽이 21일 정당 지지도와 실제 연령별 투표율, 부동층 투표 배분 등을 반영해 발표한 비례대표 정당 예상 득표율을 기반으로,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창당하지 않을 경우와 창당할 경우의 표 계산을 해봤다.
미래한국당은 어떻게 25석을 얻을까
표 계산에 앞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작동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제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복잡하다.
20대 총선까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졌다. 이 제도에서 정당득표율은 전체 의석수가 아닌 비례의석에만 반영된다. 그래서 계산하기도 쉽다. 만약 10%의 정당 득표를 얻었다면, 비례의석 47석에 10%만 곱하면 된다. 그렇게 4.7석을 확보한다.(이 경우 0.7석을 제외한 4석으로 우선 배분하고, 다른 정당과 비교해 소수점 이하가 큰 순으로 나머지 의석을 배분한다.)
준연동형 비례제에선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 연동형'이 아닌 '연동형 캡 30석+병립형 17석'으로 돼있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은 정당득표율이 전체 의석수와 연동되는 '연동형'인 반면, 17석은 기존의 '병립형'이다. 그래서 각각 다르게 계산해줘야 한다.
'연동형 30석'은 전체 의석에 정당득표율을 먼저 곱한다. 이후 지역구 당선자를 빼고 절반으로 나눈다. 연동형 적용률을 50%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럼 각 정당에서 배분받아야 할 연동형 비례대표 숫자가 나온다. '17석 병립형'은 비례의석 17석에 정당득표율을 곱하면 된다.
또 알아야 할 점은 '연동형 캡 30석'을 초과했을 경우다.
미래한국당은 어떻게 25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을까. 계산대로라면 위의 표에서 정당득표율 38%인 미래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은 57석(300x0.38÷2)이다. 지역구 후보는 아예 내지 않으니 뺄 게 없다. 정의당은 19석, 신생정당은 13석으로 총합은 89석이 된다. 각 정당이 배분받아야 하는 의석이 캡(cap‧상한선)이 씌워진 30석을 초과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정당들과 합쳐 30석에 비례해 계산해줘야 한다. 미래한국당은 57×30÷89, 정의당은 19×30÷89, 신생정당은 13×30÷89으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계산하게 된다. 이 같은 산식으로 미래한국당은 '연동형+병립형' 25석, 정의당은 9석, 신생정당은 6석을 얻는다. 위 표의 조건 아래서 그렇다.
'연동형 신공'으로 통합당이 제1당 넘어 과반 확보
미래한국당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여부에 따라 약 20석 내외의 의석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이 똑같은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면, '연동형 신공' 덕에 통합당의 '과반 가능성'이 유력해진다.
비례민주당이 생긴다면 민주당은 통합당의 과반의석을 저지할 수 있다. 동시에 비례대표 의석도 증가한다.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이 없는 상태로 정당 투표 40%, 지역구 120석을 얻는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민주당은 '연동형 30석'에서는 한 석도 못 가져간다. 이미 지역구에서 정당득표율 만큼의 의석을 챙겼기 때문이다. 대신 '병립형 17석'에 한해서 득표율(40%)만큼 배분된다. 17석x0.4=6.8석(7석)을 얻는다. 총 127석(지역구 120석+병립형 7석)이 된다.
'지역구 중심 정당'인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은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없거나, 챙길 수 있는 의석이 줄어든다. 통합당이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이유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총 155석(통합당 지역구 130석+ 한국당 연동형 19석+ 한국당 병립형 6석)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제1당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 위성정당 창당하면 20석 내외 이득
그래서 위성정당은 민주당에게 유혹적인 선택지다. 친문 지지자들은 '2말 3초'라는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며 창당을 주장한다.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은 "저쪽(미래통합당)에서 비례 위성정당을 갖고 비례 의석을 15~20석까지 싹쓸이해가면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인 채 뺏기는 꼴이 된다"며 "그 취지를 살리면서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계산 결과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창당하면 창당하기 전 비례의석(7석)보다 12석 많은 19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동형 12석(60×30÷149)에 병립형 7석(17x0.4)을 더해서다. 반면 비례민주당의 등장으로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은 25석에서 17석으로 8석 감소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통합당에서 8석을 빼앗는 동시에 전체 의석이 127석에서 139석으로 12석 늘어 총 20석의 이득을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 일각에선 비례민주당 창당을 내심 원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의병' '민병대'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비례대표 전담 정당의 명분이 없다는 게 큰 짐이다. 꼼수를 비난하면서 그 꼼수를 따라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기(失期)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래통합당처럼 비례를 전부 위성정당에 몰아주기에는 현재 비례 후보들이 줄을 서 있고, 창당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다 "고 말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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