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하는데…'코로나 결혼식'에 혼주·하객 전전긍긍
이원영
lwy@kpinews.kr | 2020-02-19 10:25:28
초청받은 하객들도 곤혹스러운 입장
A 씨의 요즘 마음은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묘한 상태다. 곱게 키운 딸을 이번 주말에 혼사를 치르는 경사를 맞았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전전긍긍이다.
딸과 함께 결혼식을 미룰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지만 예약 관계뿐 아니라 이래저래 일정과 비용 문제 등이 얽혀 그대로 치르기로 했다.
A 씨는 고민 끝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지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들뜬 마음을 담아야 할 청첩장의 첫 인사말은 "미안하게 됐네…"로 시작한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를 극도로 꺼리는 요즘의 분위기를 왜 모르겠는가. 그러니 결혼식장에 초대하는 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일까.
A 씨는 친지들이 참석을 못할 경우에 대비해 축의금을 보낼 계좌번호를 온라인으로 알리는 것도 못할 짓이란 생각에 접었다.
하객들은 몇 명이나 올지, 예식장이 텅 비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음식은 몇 명분이나 준비해야 할지, 하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단체 사진을 찍어야 할지, 평생 한 번밖에 없는 경삿날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A 씨로부터 온라인 청첩장을 받은 친구 B 씨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친구의 체면을 봐서라면 당연히 가야 할 이벤트지만 이번은 정말 꺼려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없고, 바이러스 걱정 때문에 못가겠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난감한 상태다. 차라리 친구 A 씨가 터놓고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되니 웬만하면 오지 말고 돈이나 부쳐라"하고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때문에 A, B 씨와 같은 난처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바이러스 사태가 곧 잦아들 것 같지도 않은데 곧 3월 봄날이 찾아오면 결혼식은 더 많이 예정되어 있을 터.
경사를 앞둔 당사자나, 부모나, 결혼식장이나, 결혼식 연관 업종 종사자들이나 속이 타들어 가는 계절이다. 코로나 걱정 속에서 치러진 결혼식이 부부의 인연을 더욱 단단하게 이어줘 그 덕분에 백년해로할 것이라고 덕담을 전해주는 게 하객으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축하 인사일까.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