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근로계약 준수한 '기생충'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2-13 11:54:01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표준계약서 작성 없이 한국 방송 미래없다"

"기생충이 명작이 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로 노동환경을 배제할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가운데, 영화·방송계의 표준계약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은 철저하게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 준수하며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영화 '기생충'의 배우진이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제26회 미국영화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캐스트(앙상블) 인모션픽처' 부문을 수상했다. '기생충' 배우진이 시상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기생충이 명작이 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에는 '노동환경'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인권센터는 "'기생충'은 철저하게 표준계약서를 준수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려 노력하는 등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측면도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같은 '영상'을 매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 영화가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동안 한국 방송은 노동자의 권리를 탄압하는 동시에 점차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송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 영화와 방송계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은 차이가 컸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펴낸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74.8%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한 방송 노동자의 비율이 단 38.6%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사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방송국이나 제작사의 이해관계에 맞춰 임의대로 수정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인터뷰 답변도 있었다.

이에 한빛미디어센터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 노동자들은 계속 부당한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초장시간 근로나 임금 체불을 받아도 문제를 호소하기 쉽지 않으며, 열악한 안전 보호 환경으로 인해 산재 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며, 영화·방송계의 표준계약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CJB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하다 사측과의 갈등으로 목숨을 끊은 고(故)이재학(38) PD 유족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방송계에서는 여전히 스태프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CJB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38)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참아온 이 PD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2018년 4월 해고당했다. 

이에 그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고용계약서·용역계약서를 쓴 적 없다는 이유로 이 PD가 CJB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CJB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PD의 유족들은 "14년간 받은 대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비상식적이었다"며 "청주방송에서는 임원, 회장 개인 용무까지 봐줘야 하는 비상식적인 업무행태에도 스태프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진정으로 한국 방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노동자를 착취하고 통제하는 대신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표준계약서 작성 없이는 한국 방송에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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