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신 병원에서 선고…아내 살해한 치매 환자 집행유예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2-10 15:09:21

60대 아내 살인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집유 기간 보호관찰, 치매전문병원 주거 제한
"치료받는 것이 헌법의 인간 존엄성과 합치"
▲ 서울고법 형사1부가 10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치매 환자에게 항소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입원한 병원에서 선고를 진행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8)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명하고, 치매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한 상태에서 계속 치료받도록 했다.

이날 재판부는 A 씨가 입원한 경기도 한 병원을 직접 방문해 재판을 진행했다.

A 씨는 지난 2018년 12월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뒤 아내를 여러 차례 때리고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 씨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결과가 중대해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행 당시 A 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는 범행 후에 더 악화해 현재 중증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피해자이자 A 씨의 자녀들은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현재 치매 환자 치료를 위한 감호시설이 없어 (치료감호) 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A 씨를 교정시설로 옮기는 것은 현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치매전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과 인간이 존엄 가치를 지닌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A 씨가 범행 후 흉기를 숨긴 점 등을 종합해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A 씨는 구치소 수감 중 면회를 온 딸에게 '엄마(사망한 부인)와 왜 함께 오지 않았냐'고 말하는 등 치매 증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치료적 사법절차가 계속됨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5년간의 보호관찰 동안 치매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집행유예가 취소돼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 씨의 가족에게도 이같은 특별 준수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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