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vs 인권가치 추락…트랜스젠더 숙대 입학 포기 논란 지속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2-10 11:14:48
"우리는 빚을 졌다"…성소수자 인권 의식 함양 필요성 강조
지난 7일 트랜스젠더 A씨가 반발 분위기를 의식해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을 포기한 것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숙대 학생들은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안팎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숙명, 이화, 성신, 서울여대 등의 페미니즘 동아리가 모인 여대단체연합은 트랜스젠더 A씨가 숙명여자대학교 입학 포기 의사를 밝힌 지난 7일 성별변경 남성의 입학 포기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동시에 법원의 자의적 성별변경 반대를 위한 연서명을 촉구했다.
여대 단체 연합은 A씨의 숙대 합격 소식 이후 지난 4일 법원의 성별변경 판결에 반대하며 연서명을 시작했다. 여대 단체 연합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8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재 한국에서 성별변경은 근거 법률 없이 판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2006년 판례 이후 개별 판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별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외부성기성형수술도 없이 성별변경을 해준 경우도 있다는 점을 들었다.
성명은 또 여자라고 주장하면서 남성의 성기를 지닌 채 여성의 공간을 침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들은 남성이 '여성이라고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검증 절차 없이 여대 입학이 가능해진다면 불법촬영, 여장남자 침입 사건, 학관 마약 소지 남성 침입 사건 등 숙대 안에서 여성을 위협했던 사건들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에 나붙은 대자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A씨의 입학 포기에 안도한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A씨 입학 포기를 환영한다는 측은 '여성성은 허상'이라고 그 입학을 반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A씨가 자신을 '여성'이라 느끼는 '여성성'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여성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네티즌 중에는 트랜스젠더가 결코 여성의 공포를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었다. 여성으로 태어나 겪은 수많은 위협과 차별, 여성만이 겪는 생리적 현상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여성의 공간에 들어와서는 안 되며, 그로 인해 느낄 여성의 실질적인 공포와 피해를 혐오라는 단어로 매장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글도 보인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마치 여성처럼 굴면 여성이 되는 것처럼 개념학적인 혼동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은 생물학적 특징 뿐 아니라 남성·여성성을 강요받는 사회 규범 체제에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씨의 숙대 합격 소식에 성소수자의 인권을 내세우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던 쪽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성전환자로 숙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는 제목의 연서명을 학내 커뮤니티에 게재했던 이들은 "진정한 페미니즘은 상대적 약자 보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A씨 입학에 환영한다는 서명을 냈던 763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견도 온라인에 보였다.
이들은 "우리는 빚을 졌다"며 "숙대 내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극단적 여성주의자)를 자처한 이들이 거침없이 쏟아 낸 혐오의 화살이 학교의 인권 가치를 곤두박질치게 했다"고 비판했다.
연서명을 한 숙명여대 동문 중 한 명은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읽으며 자신이 숙명에서 느끼고 꿈꿨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지향점이 이렇게 달랐던 것인지 느껴 많이 혼란스러웠다"며 "연서명을 하며 모교의 진정한 가치와 정신이 또 다른 차별과 혐오를 낳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데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을 성소수자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8일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결정과 관련해 "교육당국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혐오표현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학내 괴롭힘으로 인해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는 경우도 다수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어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는 성소수자 학생을 환대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법과대학 홍성수 교수는 "(이번 일은)그동안 성별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람들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포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제부터라도 차별금지원칙을 사회 곳곳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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