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북한이 위험하다고? 도대체 뭐가 문제지?"

이민재

lmj@kpinews.kr | 2019-12-05 15:43:30

북한 전문 사진작가 아람 판 사진전 방한
북한 실상 알고 싶어 19차례 방북 취재
"문화 이해하면 남북 친구 될 수 있어"
"셀카보다는 어울려 사진 찍기 좋아해"

이 사진작가는 북한에 미쳤다. 그는 2013년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총 19번 북한을 여행했다.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 판(Aram Pan) 이야기다.

판 작가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4K 초고화질의 VR로 북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DPRK 360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2018년에는 LA에서 DPRK 사진전을 통해 그의 북한에 대한 기록을 풀어 놓기도 했다. 지난 8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2019)에도 참여했다.

▲ 복합문화공간에무 지하 2층에서 열린 기획전 '평양 려행단 모집 중'에 아람 판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민재 기자]

복합문화공간에무(에무)는 북한을 주제로 기획전 '평양 려행단 모집 중'을 열고 그의 사진을 지난 3일부터 오는 8일까지 전시한다. 기획전에서는 아람 판 씨가 19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찍은 사진과 수집한 우표, 엽서, 잡지 등 기념품이 전시된다.

판 작가의 눈에 비친 북한은 어떤 나라였을까. 북한은 정말 세간의 인식처럼 엄숙하고 억압적인 나라였을까. 지난 5일 에무에서 아람 판 작가를 만났다.

ㅡ어쩌다가 북한에 꽂혔나?

구글에 북한 사진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 하나 같이 똑같았다. 온통 정치적인 사진들뿐이었다. 북한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겠다는 결심을 했다.

▲ 아람 판 작가가 복합문화공간 에무 지하 2층 갤러리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

ㅡ북한은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다. 북한 방문을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하진 않았나?

친구랑 가족 모두 반대했다. 심지어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데 북한을 간다니, 무책임한 짓이다'라고 지적한 사람도 있었다.

ㅡ직접 가보니 어땠나? 실제 위험하던가?

북한 땅을 밟고 24시간이 지났을 때 '북한이 위험하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땐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ㅡ북한 사람들은 어땠나?

모두 친절했다. 다만 그들이 외부인을 경계하고 있음을 느꼈다. 나중에 보니 외부시선에 대해 걱정한 것이었다. 난 편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아이 사진을 보여주거나 손을 흔드는 등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 아람 판 작가가 기획전 '평양 려행단 모집 중'에 내놓은 작품 중 하나. 북한 주민들이 버스 앞에 서서 웃고 있다. 

ㅡ원래 북한에서는 드론·비행기 촬영이 금지돼 있는데 촬영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이것도 좋은 관계를 형성한 덕분인가?

그렇다. 신뢰의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은 외부시선을 걱정한다. 그들을 안심시켜주고 또 그들과 친해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ㅡ편견일 수 있는 질문 하나를 더 하겠다. 굶주림이 만연한가?

시골은 부유하지 않다. 비싼 차도 없고 깔끔하지도 않다. 하지만 굶주리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덧붙이자면, 시골도 발전하는 중이다. 2013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해가 지면 불빛 하나 없이 어둠이 깔렸다. 그런데 2015년에 재방문 했을 땐 밤에도 불빛이 군데군데 보이더라.

ㅡ사진작가가 본 북한의 사진 문화는 어땠나? 셀피(selfie) 많이 찍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긴 한다. 다만 '셀피(셀카) 문화'는 그리 흔치 않다. 개인 사진을 찍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한 주민들은 주로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을 찍는다. 사회주의의 특성상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적인 면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ㅡ북한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청진에서 촬영할 때였다. 나는 청바지를 입고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외국인으로 보였을 거다. 길을 걷던 학생 한 무리가 신기하게 쳐다보더니 나를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든 나를 향해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나도 포즈를 취해 화답했다. 이내 "같이 하나 찍자"는 말이 나왔다. 그때 찍은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아람 판 작가(사진 오른쪽)와 북한 청진 지역 학생들이 포즈를 취한채 사진을 찍고 있다. [아람 판 인스타그램 캡처]

ㅡ남한과 북한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가장 큰 차이는 관계, 음식, 의복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서양 문화'가 얼마나 짙게 배어 있는지다. 북한은 확실히 서양 문화가 남한 만큼 퍼져 있지 않다.

ㅡ북한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건 뭐였나?

두 가지를 말하겠다. 하나는 평양냉면이고 또 하나는 해산물 구이다. 게나 생선을 구운 요리였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아 먹었다. 맛에 관해서만 얘기 하는 건 아니다. 함께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ㅡ어떤 철학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나?

말하기 보다는 보여주려고 한다. 보통 기자나 저널리스트들은 사진 찍을 때 정치·사회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나는 본 것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다.

ㅡ남북통일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북한과 남한 주민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도달하지 못할 목표는 아니다. 다만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남한과 달리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없다. 문화가 다른 셈이다. 그러나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복합문화공간 에무를 찾은 관람객들이 아람 판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

아람 판의 보다 많은 사진은 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2010년 11월 13일 개관한 이래 미술전시, 음악공연, 연극, 영화, 전통문화체험 등 다방면에 걸쳐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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