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프리즘] '악인전' 마동석이 원했던, 의미 있는 할리우드 진출

홍종선

| 2019-06-07 09:43:37

▲ 영화 '악인전'으로 칸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배우 마동석. 3년 전 '부산행'(Train to Busan) 역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됐지만 드라마 촬영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칸에서 만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은 "트레인! 트레인!"이라 부르며 마동석을 반겼다. [칸국제영화제 페이스북]

조폭 장동수(마동석 분)가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과 손잡은 영화를 333만명이 관람했다. 지난 5월22일 '악인전'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뜨거운 박수 속에 상영된 후, 국내에서 손익분기점인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칸 필름마켓 등을 통해 총 174개국에 판매되더니 지난 4일에는 북미, 호주, 대만 개봉을 확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계속해서 좋은 소식을 전해 온 '악인전'(감독 이원태, 제작 BA엔터테인먼트‧트윈필름, 배급 키위미디어그룹‧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 가운데 두 귀가 번쩍 뜨인 것은 지난달 5일 확정 발표된 할리우드 리메이크다. 실베스터 스텔론과 그가 운영하는 제작사 발보아 프로덕션스의 파트너사 브래든 애프터굿이 '악인전'을 제작한다는 뉴스였다. 과거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장화, 홍련' '올드 보이' 등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고, '부산행'도 리메이크가 결정됐지만 '악인전'은 경우가 다르다.

무엇보다 원작인 한국영화에서의 주연배우 마동석이 할리우드영화에서도 그대로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커다란 차이다. '팀고릴라'라는 콘텐츠 프로젝트그룹을 이끌고 영어에 능한 마동석은 프로듀서로서 참여한다. '악인전'의 국내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대표 장원석)도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을 공동 제작한다.

마동석은 '특별한' 방식의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때를 기다려 왔다. 맨손으로 좀비 잡는(영화 '부산행') 마동석에게 마블이 하나의 히어로 캐릭터를 제안했지만 사양했다. 무술감독 출신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영화 '존 윅3: 파라벨룸'(이하 '존 윅3')의 연출을 앞두고, 마동석에게 4차례나 러브콜을 보냈지만 마동석은 정중하게 고사했다.

지난 5월 배우 마동석은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의 상영 다음날 오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존 윅3'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채드 감독, 저도 참 좋아하는 감독이죠. 무술감독 출신이라 일찌감치 저를 눈여겨봤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전화가 왔어요. 3개월만 시간을 내라, '존 윅3'에 너를 위한 멋있는 캐릭터가 준비돼 있다. 스케줄상 3개월은 도저히 힘들다고 고사했죠. 다시 전화가 왔어요, 2개월만 시간을 빼라. 세 번째엔 한 달만, 네 번째엔 딱 2주만 시간을 빼 보라고 말했어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세계적 감독이, 이미 2편까지 흥행한 시리즈 영화 3편에 저를 불러 주는 건데요. 그런데 저는 결국 거절했죠. 채드 감독 입장에선 저의 고사가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너무 죄송했죠."

"이번에 '악인전'의 칸 미드나잇 초청 소식이 보도된 후 채드 감독에게 다시 연락이 왔어요. '이 영화 때문에 나를 거절했던 거야?'. 맞다고 하자 '어, 좋은 선택이었어. 진심으로 축하해' 쿨하게 말하더군요. 채드 감독에게 덜 미안하기 위해서도 칸 초청은 정말 잘된 일이에요."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적으로 배급될 흥행영화에의 출연, 키아누 리브스와 할리 베리 같은 세계적 스타들과 공연하는 기회를 거절한다는 것. 하지만 마동석의 마음속에는 '빅픽처'가 있었다.

"그동안 크고 작게 할리우드영화 출연 제의가 왔었어요. 하지만 제가 원한 그림은 따로 있었죠. 아무리 세계적 영화라 해도 아시안 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제한적이죠. 과거 킬러였고 최근엔 안경 쓴 IT전문가나 해커 같은 지적인 역할이죠. 비슷한 역할에 얼굴만 바꿔 출연하고 싶지 않았어요."

"주연이요? 물론 할리우드영화에서 주연 하고 싶죠. 그런데 그냥 시켜줄 리는 없잖아요. 우리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화제가 돼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면, 그리고 그 배역이 마동석 아니면 안 되는 배역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조연 하기 싫고 주연하고 싶어서 그동안 고사해 왔던 게 아니에요. 저는 '어떤 역할'인가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겁니다. 저는 세계적으로 배급될 할리우드영화 속에서 아시아 사람이 백인을 구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인종차별, 거창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미지의 영향을 받는 측면도 강하잖아요. 문화가 먼저, 영화 속에서 백인을 구할 수 있는 동료로서의 아시안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무시하지 못하고, 좀 더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동석의 이러한 빅픽처는 '악인전' 한 편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걸 놓고 쉽게 하는 얘기가 아니다. 향후 리메이크되거나 새로이 제작될 신규 시나리오들도 협의 과정에 있다.

"이번 '악인전' 리메이크 작처럼 백인 연쇄살인마를 아시안 조폭이 경찰과 공조해 검거하듯, 정의감 넘치는 마동석이 백인 소녀를 구하는 식의 리메이크도 얘기되고 있고, 애초 영어 시나리오로 써진 영화들도 얘기 중이에요. 아시아 사람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구하고 지킬 수 있는 친구임을 알리는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다양하게 제작되기를 바라고, 그 한 몫을 하고 싶습니다."

'시간의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큰일을 해낸다. 마음속으로 바라던 일을 현실로 이뤄낸다. 할리우드 러브콜을 거절하는 마동석 마음속에 어떤 큰 그림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또 앞으로 어떤 재미난 일들을 할리우드에서 일굴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속전속결이 아니라 산을 옮기는 우공의 태도로 남다른 할리우드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 온 마동석의 목표가 달성되기를 응원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마동석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아시아인을 위한 꿈이니 말이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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