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원 스포츠, 미국과 같은 '학습 우선주의' 절실

지원선

president58@kpinews.kr | 2019-02-03 09:00:24

'성적 지상주의' '운동 몰빵' 엘리트 체육 변화 시급

 

▲ 지난 1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4쿼터 77대 76 역전 버저비터를 터뜨린 오리온 최진수(가운데)가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 주장 등으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와 관련해 한국체육대학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꾸려 1년동안 등록 선수들을 대상으로 폭력과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다고도 했다.


또 이번 사태가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선수 육성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민관합동으로 '스포츠혁신위원회(가칭)'을 구성해 합숙훈련 폐지 등 엘리트 선수 양성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엘리트 체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는 못 미친다는 판단이다. 특히 학원스포츠에 대한 대책이 미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적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체육이 학원 스포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학원 스포츠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에 통합해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한다는 게 전부다.


엘리트 체육은 재능이 있는 소수 정예를 차출해 초·중·고·대학 과정에서 전문 체육 지도자에게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꼭 초·중·고·대학 교육 안에서 체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경기를 위해 체계적으로 트레이닝을 한다면 이 또한 엘리트 체육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엘리트 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반면, 학업이나 생업을 병행하며 하는 생활체육은 당연히 엘리트 체육에 비해 운동선수로서의 성과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는 생활체육을 중시하는 나라들이 대체로 선진국에 몰려있는 주된 원인이 된다.


한국에서 엘리트 체육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 외에 다른 교과목은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국어와 수학, 영어 같은 국민공통 기본교과 수업은 빠지고 합숙이나 전지훈련, 시합 참여 등을 이유로 최소 수업 참석만 하고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체육특기생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학력 부족에 시달린다. 지금과 같은 운동 '몰빵식'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스포츠계 전반의 저학력 문제가 해결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학 농구나 풋볼 등 학원 스포츠가 성행하고 있지만 '학습 우선주의'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선수라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기본 학력을 갖추지 못하면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현재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소속 최진수 선수의 사례가 단적인 예다. 최진수는 2010년 당시 미국 대학농구 명문인 메릴랜드대학교 농구선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농구천재'로 주목을 받다가 중학교 졸업과 함께 농구 본고장인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미국에 간 뒤에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던 최진수는 메릴랜드대에 진학해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NBA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최진수는 1학년 재학 중 3학점 짜리 과목 하나를 이수하지 못해 그해 상반기에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일로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한 최진수는 한국 프로농구연맹(KBL) 드래프트에 참가해 지금은 한국 프로농구에서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최진수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운동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은 철저히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게 미국의 학원 스포츠다.


엘리트 체육의 우리나라와 생활체육 중심의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선수들의 학습태도에 달려있다. 우리나라 선수는 공부를 모두 제쳐놓고 어렸을 때부터 합숙에 매달려 금메달을 따내거나 프로선수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처음부터 프로선수를 목표로 하는 선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체육은 신체를 단련하고 협동심을 배우는 하나의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다. 설령 특정선수가 국가대표급 실력을 지녔다 해도 낙제를 하면 다음 경기에 출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원정경기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때에는 미리 교수에게 공지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다음 수업까지 내야하는 숙제를 면제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절대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과제를 하지 않으면 학생만 손해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명박정부 시절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중·고교의 일부 종목의 대회를 없애고 주말리그로 전환한 것을 모든 종목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공부와 운동을 똑같이 중시할 경우 선수가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다른 직업분야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학생 선수가 성인이 돼 직업 선수인 프로선수가 되기에는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공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것이다.

 

KPI뉴스 / 지원선 기자 president5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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