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함께 제국주의와 싸우자"…푸틴 "인공위성 개발 돕겠다"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09-13 21:29:29

4년5개월만에 재회…회담, 만찬까지 4시간 진행
군사협력 강화 의지 확인…무기거래엔 "민감한 분야"
金 "러, 서방과 성전"…푸틴 "우호적 분위기였다"
金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
지각대장 푸틴, 30분 기다려 金 안내...초호화 만찬 대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4 5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4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양국의 최대 현안인 군사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북러 관계 강화와 무기 거래 등을 경고하는 서방을 '제국주의', '악'으로 몰아세우며 결속도 다졌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자마자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충돌하는 러시아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며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러시아는 러시아에 반대하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며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의 군사 기술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우주기지를 시찰하며 "김 위원장과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주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인공위성 개발 도울 것"이라며 "우주기지서 회담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굉장히 관심 두고 있으며 우주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지 시찰에서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무기 거래 가능성도 우회 언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두 정상이 무기 거래를 논의할지 여부에 대해 "물론 이웃 국가로서 공개되거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첨단 우주기술에 큰 관심을 표했다. 그는 우주기지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고 적은 뒤 푸틴 대통령과 최신 '안가라' 로켓 조립·시험동과 '소유즈2' 우주로켓 발사 시설 등을 둘러봤다. 

 

이번 정상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 후 기자회견도 없었다. 그런 만큼 두 정상이 실제로 무기 거래를 논의했는지,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기술 개발을 어느 정도로 도울지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날 회담은 양국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 약 1시간 30분, 두 정상의 일대일 회담 약 30분, 공식 만찬까지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공식 만찬에서도 김 위원장은 서방에 대한 적개심과 서방과 대립하는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건배사에서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패권을 주장하고 팽창주의자의 환상을 키우는 악의 결집을 벌하고 안정적인 발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성한 투쟁을 벌이는 러시아군과 국민이 분명히 위대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웅적인 러시아군과 인민이 승리의 전통을 빛나게 계승,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강국 건설이란 2개 전선에서 무한히 값진 명예의 성과를 확실히 보여줄 것으로 깊이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러 관계 발전이 양국 이익에 부합하고 북한은 러시아와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장에서 인사말 원고 4장을 좌우로 몸을 흔들며 읽었다. 푸틴 대통령을 '대통령’ ‘동지’라고 지칭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땐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총평한 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북한 지도자들의 길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소유스-2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AP 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김 위원장이 "'진정한 친구이자 북러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지지했던, 북한을 세운 뛰어난 정치인들이 제시한 길을 단호하고 자신 있게 따르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의 우호 강화와 북러 주민의 안녕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동지의 건강' 등을 위해 건배를 제의하자 만찬장에 있던 전원이 기립해 잔을 들었다. 

 

만찬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우주기지를 떠났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직접 배웅했다. 손을 흔들며 김 위원장에게 인사했다.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이례적으로 30분 먼저 나와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등 극진한 예우를 보였다.


러시아 '베레츠카'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는 7종 코스가 제공됐다. 무화과와 천도복숭아를 곁들인 오리 샐러드, 캄차카반도산 킹크랩으로 만든 만두, 물고기 수프를 이어 메인 요리로 감자·버섯을 곁들인 철갑상어와 구운 야채를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 등이 나왔다. 

 

디저트로는 잣과 연유를 곁들인 바다 갈매나무 셔벗과 타이가 링곤베리, 러시아 남부 디브노모르스코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레드 와인도 제공됐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민간·군사 장비 생산 시설이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와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추가로 방문할 예정이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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