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이재명, 檢 조사 마무리...추석 전 거취 결정되나

박지은

pje@kpinews.kr | 2023-09-12 20:44:19

2차 조사 4시간40분만에 마쳐…"두차례 소환 납득 안 돼"
2차 조서엔 서명·날인…檢, 이르면 이번주 구속영장 청구
'영장 청구 15일, 국회 보고 18일, 표결 21일' 시나리오
추석 전 구속 여부 판가름...송갑석 "李 입장이 가장 중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피의자로 수원지검에 출석해 4시간 40분 간 조사를 받고 나왔다. 검찰은 이날 단식 13일째인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질문을 대폭 줄여 신속하게 조사를 끝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12분쯤 나와 수원지검 앞에서 "오늘 (검찰이)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역시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사실이 아니니 증거란 게 있을 수가 없다"며 "의미 없는 문서 확인을 하며 아까운 시간을 다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검찰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고 해도 총칼로 사람을 고문해 사건 조작하던 걸 이제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 사건 조작하는 걸로 바뀐 거밖에 더 있냐"고 비판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엮으려고 하다 보니 잘 안 되나 보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 내용이 담긴 2차 조서엔 서명·날인했지만, 지난 9일 1차 조사 부분에 대해선 서명·날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20여분쯤 조사를 마치고 2차 조서를 먼저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가 2차 조사에 서명·날인 후 1차 조서를 열람하던 중 갑자기 1차 조서는 열람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퇴실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진술 취지가 여전히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고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1차 조사 중 검찰이 제시한 경기도 공문에 이 대표 직인이 찍혀 있다는 부분에 대해 “직인이 찍혀 있다고 해서 도지사가 보고받은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관인은 저절로 찍히는 것이고 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참 황당하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고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가 '황당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내 책임이 아니'라는게 아니라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느냐. 상황 자체가 황당하다'는 의미였다"며 "그렇게 조서가 작성되고 언론에 나간 게 문제 있는 걸로 보여 1차 조서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북한의 인도적 지원을 핑계 삼아 도지사 방북이 성사되도록 스마트팜 지원, 15억 원 상당의 묘목 및 밀가루 지원, 쌀 10만 톤 추가 지원 등 대북 지원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관련자 진술 및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경기도, 국정원 문건 등을 토대로 당시 경기지사인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을 인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중 경기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대납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9일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로 답을 갈음한다"고 말한 뒤 방북 추진에 관한 질문에는 "나는 모르는 일이고 이화영이 다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성태 전 회장이 북한 측에 800만 달러를 대납한 이후 받았다고 알려진 '영수증' 등 증거 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이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과 수사를 둘러싼 사법 방해 의혹, 김 전 회장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4분 가량의 발언을 마친 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천천히 걸어 카니발 차량에 올라탄 이 대표는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수원지검 후문을 빠져 나간 뒤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21분쯤 수원지검 후문에 도착한 이 대표는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다시 차량에 탑승해 검찰청사로 들어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며 한 개 검찰청 규모의 인력을 투입해 조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며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방문해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 부지의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사채업자 출신의 부패기업가한테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제가 관련 있다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선 이후 이날로 6번째 검찰에 소환됐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은 추가 소환 없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검토에 바로 돌입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이 대표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 받은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사건’과 엮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회기 중이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진다.

본회의는 오는 18일, 21일과 25일 예정돼 있다. 영장 청구에서 국회 체포동의안 보고까지 3일, 국회보고 후 표결까지 또다시 3일을 감안하면 15일 영장 청구, 18일 국회 보고, 21일 표결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럴 경우 법원의 심문 일정에 따라선 추석 전 이 대표 구속 여부가 판가름날 가능성도 있다. 이 시기를 넘기면 10월엔 국정감사로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12월에나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를 두고 '정치적 수사', '야당 탄압'이라 규정했다.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선 이 대표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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