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컷오프에 비명 폭발…"이재명, 남 가죽 벗기다 손피칠갑"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2-27 21:02:15

친문 홍영표 "혁신한다며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
李 성토장 된 3시간 의총…"명문정당이 아닌 멸문정당"
서울 중·성동갑 전현희 전략공천…친문 상징 任 공천배제
고민정 사퇴 "갈등 잠재워야 하는데 돌아온 답은 '물러나라'"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 남의 가죽만 그렇게 벗기면서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 의총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이 '가죽' 발언을 고리로 삼아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는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을 되받아친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은 이 대표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쌓이고 쌓였던 비명계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날 오전 친문계 상징적 인물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컷오프(공천 배제)된 것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을 신청한 임 전 비서실장 거취는 '명문(明文)갈등'의 뇌관으로 꼽혔다. 결국 그가 낙천되면서 둑이 터진 셈이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비명계는 의총에서 '현역 의원 하위 20%' 선정과 여론조사 업체 추가 논란, 임 전 비서실장 컷오프 등 공천 관련 반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 대표 등 친명계는 거의 듣기만 했다. 이 대표는 당초 의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깜짝 등장해 자리를 지켰다.

 

홍 의원은 "혁신 공천을 하다 보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 있는데, 당 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는다"고 몰아세웠다. 또 비명계에 대한 공천 불이익을 주장하며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닌 '멸문정당'"이라고 자조했다. 임 전 비서실장 컷오프를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 개인 사당을 만들어 다음 당권을 (또) 잡으려 하는 건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분위기가 격해지자 "표현을 절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홍 의원은 자리에 돌아가며 "절제"라고 반문하는 등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 오영환 의원은 "모든 갈등을 책임지고 수습하기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조직사무부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리서치DNA'가 업체 선정 종료 후 추가로 포함돼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폭로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가 전화로 해당 분과위원한테 지시해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는 것이다.


박홍근 의원은 "200석 얘기하더니, 150석, 지금은 100석이나 할 수 있느냐"며 "임종석 건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할 건가. 잘못하면 다같이 공멸한다"고 경고했다. 송갑석 의원은 "문재인 없이 이재명만으로 총선 치를 수 있느나"고 물었다.

 

컷오프된 노웅래 의원과 '하위 20%' 명단에 든 전해철·윤영찬 의원 등도 발언했다. 조 사무총장은 여론조사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했으나 사퇴·불출마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의총 내내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의총 후 기자들에게 "우리 의원님들께서 여러 가지 의견을 주셨는데 당무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비서실장 컷오프, 고민정 최고위원 사퇴 관련 질문 등에는 답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민주당 공천관리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임 전 실장은 컷오프됐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전 전 위원장 공천에 대해 취재진에게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으로 의결됐다"고 전했다. 일부 반대에도 의결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 [UPI뉴스 자료사진]

 

친문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임 전 실장 컷오프에 반발해 당직을 사퇴했다. 그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의 위기를 지도부가 책임감을 갖고 치열한 논의를 해서라도 불신을 거둬내고 지금의 갈등 국면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제게 돌아온 답은 차라리 최고위원에서 물러나라는 답이었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대표 등도 임 전 실장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의사를 이 대표 등 지도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그러나 '상왕'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 주문에도 불응하며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당권을 지키려는 친명계가 임 전 실장의 원내 입성 시 당의 역학 구도 변화를 염두에 두고 그를 컷오프했다는 관측이 적잖다. 임 전 실장이 3선 고지에 오른다면 단숨에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당내 역학 구도를 유지해 차기 대선을 노리려는 이 대표와 친명계로서는 위험이 될 수 있는 정적을 미리 제거할 필요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임 전 실장에게 송파갑 출마 방안을 제시한 건 험지 출마와 컷오프 중 양자택일하라는 강권으로 읽힌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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