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모이’ 주연배우 유해진·윤계상 만나다
홍종선
| 2019-01-18 19:38:38
유해진의 영화 ‘럭키’ 697만명, 윤계상의 ‘범죄도시’ 688만명. 두 사람이 만난 ‘말모이’가 700만명 관객을 유혹할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 잊혀 가는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 ‘말모이’가 개봉 닷새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연말연시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가운데 영화의 선전을 기대하며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이 서로를 바라보는 속내를 들어봤다.
최근 배우 인터뷰는 라운드로 진행된다. 때로는 두세명, 때로는 열명 남짓 기자들이 배우와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과거 1대1 방식의 깊은 맛은 없지만 장점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다른 기자를 통해 나오고 재미있는 답변이 나올 때다. 특히 함께 출연한 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귀가 솔깃하다.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진은 윤계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치열하게 연기하더라고요. 저만하면 됐을 텐데 하는데도 다시 하고 다시 하고. 감정을 최고로 끌어올리려 노력해요. 스스로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던데, 그것 때문에 배우 윤계상이 발전하는 것 같아요. 아, 어제 그랬다(윤계상에게 말했다). 그래 맞아, 너를 발전시키는 것 같다! 저도 부족하지만 얘기했죠, 스스로 채찍질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마라. 배우로서 좋게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빨빨 거리고 돌아다니며 뭘 찾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거죠. 해야 하는 일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관객이 ‘또 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네, 볼 만했어, 정도까지라도 해드리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안 하면서 놀 순 없잖아요. 계상이도 같은 마음일 거고, 거기에다 필모그래피 겹치지 않게 캐릭터 변주를 잘해서 보기 좋습니다.”
“또 야? 또 너야? 또 비슷한 캐릭터야?” 배우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숙제이고 숙명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밥줄로 삼는 이상 폼 나게 수년에 한 작품씩 새로운 캐릭터와 장르를 고르며 필모그래피 관리를 하는 배우 인생은 어찌 보면 고달프다. 기왕 겹쳐야 한다면 어떻게 겹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도 멋져 보였다. 후배에게서 비슷한 마음을 발견하며 반가워하고 대견해 하는 선배 모습도 눈부시다.
윤계상이 주저 없이 답했던,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은 유해진의 장점을 들어보자. 말을 떠나 유해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가능한 현장을 그대로 전하려 애쓰는 윤계상의 태도에서 선배에 대한 존경이 전해졌다.
“통찰력, 작품을 보는 눈입니다. 모든 것을 아울러 볼 수 있는 눈, 대단하세요, 정말! 현장에서 형님이 막 움직이시는 걸 보면 저는 하나 보기도 힘든데 형님은 ‘이렇게 한번 해 볼까’, 근데 그게 너무 좋아요. ‘또 이렇게?’, 근데 그것도 너무 좋아요. 그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영화 ‘완벽한 타인’의 동료 배우들도 했다. 내게 주어진 것 하나를 하기도 바쁜데 유해진은 2안, 3안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준비해 오고 또 현장에서도 만든다. 그 장면에 국한된 게 아니고 영화 전체를 보고 그 속에서 필요한 것들, 하나를 만들면 이후 장면들에서 연속적으로 재미와 힘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윤계상의 이야기는 자신에게로 이어졌다.
“제가 힘들어하면 ‘나도 힘들어, 쉽지 않다’고 말씀하세요. 매번 어려운 것 같다고. 그렇게 잘하시는 분이 그리 말씀해 주시다니, 뭔가 감동이에요. 저는 연기 조언을 함께 하는 배우, 스태프,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받아요. 다른 작품을 하는 배우와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현장에 함께 있는 이들과 소통해요, 잘 아니까. 결국 저는 욕심쟁이기 때문에 고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혼자 욕심쟁이.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초승달 두 개를 눈가에 띄우고 짓궂게 말하는 모습, 그런 윤계상을 보며 흐뭇했을 유해진이 그려졌다.
영화 말모이의 배우들은 메이킹 필름을 통해 “유해진의 예민함에 반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이에 대해 “영화는 제게 일이고 이 일을 통해서 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예요. 헛되게 보내면 저한테 미안할 것 같은 거죠. 나중에 후회를 덜 하려고 노력하는 것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여튼 간에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만들고 났을 때 시사회에서나 극장에서나 관객이 웃어야 하잖아요.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보시는 분의 만족감이 중요하고, 보고 났을 때의 분위기도 중요하고요. 그 뒤는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일단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요. 그래도 후회하는 게 작품이죠.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탄하듯) ‘내가 왜 그랬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후회하지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연극 할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항상 기억해요. ‘무대에 서기 전까지 의심해라. 이제 할 만큼 했어, 다 됐어라고 생각하면 넌 끝이다! 연기에 정답이 어디 있느냐, 마지막까지 준비하라’는 말씀. 전 늘 현장을 돌아다녀요. 걷는 게 좋아 다닐 때도 있고 그렇게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어요. 선생님 말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배우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유해진, 그 배우의 길을 좇는 윤계상. 만족 없이 끝없이 자신을 단련시켜온 두 배우. 그런 두 사람이 만난 말모이. 두 사람을 보러 갔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영화. 오랜만에 관객의 눈물보와 웃음보를 모두 터트릴 영화. 700만 관객을 꿈꾸는 영화 말보이. 사랑은 믿음에서 시작된다. 이제 믿고 보는 두 배우를 만날 시간이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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