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정치'에 빠진 민주당…잇단 일방처리에 한동훈 탄핵카드도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3-10-06 21:08:19
野 강행처리에 與 집단퇴장…대결 일상화 국회 모습
초유의 대법원장 인준부결 이어 민형배 “韓 탄핵하자"
머그샷공개법·보호출산제·세종의사당 설치법 등 가결
원내 과반(168석)의 거대 야당이 '수의 정치'에 빠져들고 있다. 협상과 절충 대신 표결을 앞세운 일방 처리가 다반사다. 여야 대화는 실종됐고 '강 대 강' 대치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더 강경해졌다. 친명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대여 투쟁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6일 국회 본회의는 거여의 힘을 과시하는 무대였다. 이 대표는 18일 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 무력 시위를 독려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주도했다. 표결 결과 반대가 175표 나왔다. '부결 당론'을 정한 민주당 의원이 대부분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건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처음이다. 지난 35년 간 가결이 이어진 건 '사법부 수장 공백'만은 피해야한다는 여야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 지장 등 부작용이 컸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야당은 당리당략을 접었다.
친명 지도부는 그러나 다른 선택을 했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임명안 부결의 후폭풍을 우려해 “당론으로 부결하긴 부담스러우니 자율 투표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당론을 고집해 관철시켰다. 물론 이 대표 '의중'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본회의에선 또 민주당 주도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이나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특검을 통해 확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일방적 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야당의 단독 처리와 여당의 집단 퇴장'이 일상화하는 국회 현실이다.
표결에는 이 대표도 참여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재적 의원 5분의3인(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후보자 임명안 표결에서 일부 이탈표가 있다는 소식에 단식 후유증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도 한표를 보탠 것이다.
녹색병원에 있던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택시를 타고 국회 본청 앞에서 내렸다.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조정식 사무총장 등의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마친 뒤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 본회의장을 나섰다. 27분 간 국회에 머물렀다.
친명계는 내친 김에 '한동훈 탄핵 카드'까지 뽑아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제안했다. 민 의원은 “검찰을 역사적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그 첫 단계가 한 장관 탄핵”이라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 때 두 번 모두 피의사실을 공표해 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을 통해 이 대표 혐의를 밝혀 범죄자로 낙인을 찍었다는 얘기다.
그는 “검찰 독재 맨 앞줄에 선 한동훈 장관을 탄핵해 정치 공작 국회 유린의 책임을 묻자”며 “임명권자 대통령이 사과하고 파면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럴 일 없을테니 이제 국회가 행동하자”고 주문했다.
이 대표 영장 기각 후 강경파가 득세하며 친명 지도부에선 10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 장관 탄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는 불만과 우려를 토했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관심은 오직 순도 100%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냐”며 “’누구의 민주당’이라는 용어가 민주주의 정당에 맞느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팬덤 민주주의의 폐해를 다시 마주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의 행태가 “극단적 종교집단이나 모택동 홍위병과 무엇이 다르냐. ‘민주’라는 단어를 앞세워 민주를 오염시키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거야가 집토끼만 중시해 강경 노선과 일방 처리의 유혹에 빠지면 중도층, 무당파 등 산토끼를 잡을 수 없다"며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고 발목만 잡는 이미지가 고착화하면 외연확대가 어려워 내년 총선 전망도 어둡게 된다"는 우려가 적잖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 이른바 머그샷(범인 식별을 위해 구금 과정에서 찍는 얼굴 사진) 공개법 등 80여개 민생법안도 처리됐다.
중대 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정보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임신부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세종의사당의 위치와 이전 범위 등을 규정한 '국회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도 가결됐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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