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리는 부동산 공시가격…"'조사기관 독립성' 높여야"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1-16 19:29:52

국회입법조사처 '부동산 공시제도 개편 세미나'…전문가들 한목소리
"공시제도 목적은 적정가격 산정인데, 세금 낮추려고 공시가 흔들어"
"이젠 점진적·절충적 방식으로 안돼"…공시제도 전반 '대수술' 주문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6일 국회에서 '부동산 사격 공시제도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정부가 조만간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편 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입법조사처 주관 토론회에 모였다는 것 만으로도 주목을 끈다.

 

▲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가격공시제도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되고 있다. [유충현 기자]

 

이날 토론의 발제를 맡은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는 점진적이고 절충적인 방식은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해야 할 때"라며 "기존 방식을 의식하지 말고 공시제도가 가야 할 목표를 먼저 정한 뒤, 그것을 위한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객관적 과세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을 산정해 공시한다. 이렇게 정한 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보상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하지만 정책적인 목적에 따라 공시가격이나 시세반영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공시가격 "산정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를 "비겁한 제도"라고 혹평했다. 그는 "공시가격의 목적은 해당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매기기 위한 것인데 '세금이 높아지니 낮춰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라며 "이런 요구에 (정치가 반응하면서) 공시가격 자체를 흔들어 온 것이 우리 공시제도의 암울한 역사"라고 말했다.

 

박성규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제도가 각종 세금 부과 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봤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서 세금부담이 커졌다면, 공시가격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과세 당국이 세율을 조정하지 않았다가 국민 불만 등의 문제가 생기면 공시가격 탓을 한다"며 "세율이라는 완충장치가 있는데도 국민부담이 공시가격에 귀결되는 구조는 맞지 않다"고 했다. 

 

▲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가격공시제도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감정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치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부동산을 연계해 가격을 매기는 방식만을 활용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부동산 실거래가를 비교하는 것 외에도 부동산 임대소득, 건축비용 등 자료가 폭넓게 활용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세부 정보를 공개해야 제도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봤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 뉴욕의 특정 주소를 찾아 검색하면 부동산 유형, 시장가치, 과세표준, 재산세액 등 여러 정보가 나온다. 이의신청 내역은 1966년부터 상세하게 공개돼 있다"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 산정에 민간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임하나 부동산플래닛 데이터랩장은 "공시대상 공동주택 1486만 호를 조사하는 인력 560명에 불과해 한 사람당 2만8000호를 산정해야 한다. 조사인력이 부족한 상황"며 "이미 민간기업 중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거래되지 않는 가격까지도 에측해 제공하는 기술이 다수 있는 만큼 이것을 공시가격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 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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