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치솟는 집값', 이재명 정권도 실패할 것인가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5-06-26 18:58:39
문재인 정권 최악의 유산은 단연 '미친 집값'이다. 원인이 뭔가. 엉터리 진단이 난무했다. 어느 보수신문은 '세금 때리기'와 '규제 일변도 대책'을 지목했다. "소수의 주택 자산가를 징벌해 다수 서민·중산층의 환심을 사려는 편가르기 정책이 결국 집값 폭등을 불렀다"는 것이다. 어느 유명 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 억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도 했다.
모두 같은 얘기다. 요약하면 "수요억제 정책의 실패"라는 말이다. 국민의힘, 보수 언론, 일부 시장 전문가들을 통해 정설(定說)처럼 유포되던 분석인데, 단연코 엉터리 진단이다. 진실은 그 반대다. 수요를 누를 만한 '세금 때리기'도, '규제 일변도 대책'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은 수요억제 정책을 편 적이 없다. "사는 집 말고 파시라"고, 입으로만 수요를 억제했을 뿐 실제로는 투기를 부추겼다. 수요를 억제한 게 아니라 반대로 투기를 조장한 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진실이다.
핵심은 임대사업자(다주택자) 특혜였다. 집을 사면 살수록 대박이 되는 정책을 편 것이다. 집부자들에게 재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에 걸친 엄청난 세제 특혜를 몰아줬다. 이뿐인가. 실수요자 대출은 조이면서도 임대사업자(다주택자)에게는 확 늘려줬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세금 깎아줘, 대출 늘려줘, 한마디로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준"(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것이다.
그 결과 다주택자가 급증했고, 집값이 미친 듯 치솟았다. 무주택 서민은 벼락거지가 되었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절망으로 바뀌었다. 패닉 바잉, 영끌 세상도 펼쳐졌다. 한마디로 '투기천국 주거지옥'이 펼쳐졌다. '미친 집값'은 수요억제의 실패가 아니라 투기조장의 당연한 귀결이었던 거다. 큰소리치더니 왜 그 모양이었나. 노무현 정부 실패에서 뭘 배운 것인가. "집값 반드시 잡겠다", "부동산만큼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애초 성공할 수 없는 헛된 약속, 공약(空約)에 불과했다.
이재명 정부는 다를 것인가. 느슨하고 안일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불안감이 없지 않다. 시작부터 기시감이 고개를 든다. 시장은 이미 들썩이며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는데 정부에선 '집값 안정' 의지를 담은 어떠한 사인도 발신하지 않고 있다. 김헌동(전 SH공사 사장), 이광수(광수네복덕방 대표) 같은 개혁적 부동산 전문가들의 충고와 고언에 귀기울이지 않더라는 얘기만 들려온다. 이들을 중용만 해도 시장엔 분명한 사인이 될 터인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대책을 남발하란 얘기가 아니다. 스물여섯 번이나 대책 발표하면 뭐하나. 어설픈 대책이 튀어나올 때마다 집값은 뛰었다. 중요한 건 집값 안정을 향한 뚜렷한 방향성과 확고한 의지다. 예컨대 '반값아파트' 같은 파격적 공급 정책으로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과거 보수정권도 했던 개혁을 왜 민주당 정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가. 노태우 정권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법제화했고, 이명박 정권은 서울 강남에 반값아파트를 공급했다.
이재명 정부도 과감해져야 한다. 파격적 공급정책, 과감한 규제 완화, 투기 수요 억제로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시장에 집값 안정을 위한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고, 그 시그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정치가 시장을 이길 수 없지만 시장 눈치를 보느라 정치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의지와 결단이다. 집값은 잡을 수 있다. 정치가 그 길을 외면했을 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이재명 정부는 다르다'는 확신을 기다리고 있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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