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기생하는 루머…'무서운 놈이 오고 있다'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2-16 18:53:46

태영건설, 워크아웃설(說), 부도설(說)로 흔들
새해 부실 PF 정리에 따른 시장 혼란 불 보듯
당국, 금융기관, 기업 연계 관리 능력 키워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이 결국 줄도산의 광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그 위기설의 중심에 태영건설이 서 있다. 

 

태영건설은 최근 자금 사정과 관련한 각종 루머가 나돌면서 주가가 출렁거리고 있다. 14일에는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에 주가가 11.6% 급락하며 289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회사 측에서는 곧바로 워크아웃 신청설을 부인했지만, 이번에는 부도설이 나왔다.

 

15일 증권시장에서는 1군 건설업체가 2시에 부도를 발표한다는 지라시가 퍼졌다. 그런데 여기서 지목한 1군 건설사가 태영건설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태영건설의 주가는 장중에 전일 대비 2%가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2시가 지나서도 아무런 일이 없자 태영건설의 주가는 한때 15%가 넘는 폭등세를 보였다가 보합선에서 마감했다.

 

태영건설, 계열사 지원으로 고비 넘겼지만 여전히 위태​​​

 

태영건설의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9월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78.72%에 달하고 PF 우발채무가 3조480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3.7배에 달한다.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가 너무 과중하고 미착공 사업장이 많다는 점, 특히 지방에 많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자금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올해 초 자금난에 봉착한 이후 유동성 확보에 노력했다. 그 결과 지주회사인 TY홀딩스로부터 4000억 원의 장기 자금을 빌렸고 한국투자증권에서도 2800억 원을 지원받았다. 또 최근에 10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여기에다가 최근에는 알짜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2400억 원을 곧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태영건설의 대출은 만기가 비교적 분산돼 있어서 이렇게 확보한 실탄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 태영건설 사옥. [UPI뉴스 자료사진] 

 

태영건설, 창업 회장 복귀로 위기설 증폭


그럼에도 태영건설이 자금난과 관련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창업 회장의 복귀 선언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세영 창업 회장은 5년 전 아들인 윤석민 회장에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경영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그룹 측에서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무를 완성하기 위해 윤 창업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구순이 넘은 창업 회장의 복귀는 무엇인가 중요한 결단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본 것이다.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더 큰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돌기 시작한 것이 SBS의 매각설이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서 태영건설의 주가는 하락하는데 SBS의 주가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불가능 자율협약은 선택 가능

 

전문가들은 현재 태영건설이 회생을 신청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워크아웃 얘기가 돌고 있지만, 회사가 부인했고 더구나 워크아웃은 현재 작동하지 않는 제도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의 동의로 부채 상환을 유예받고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워크아웃의 근거는 2001년 제정된 기업 구조조정촉진법인데 현재 효력이 정지돼있는 상태다. 현재 회생신청을 제외하고 자금난에 처한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제도로는 '자율협약'이 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의 100%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역시 상환 유예, 자금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채권단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채권단도 기업이 부도가 나서 입게 될 피해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부실 PF 사업장 정리 들어가면 '자금 관련 괴소문' 판칠 듯

 

자금난이 '설(소문)'만으로도 위험한 것은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근거 없는 소문이 한정 없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금난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부인하는 것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닥치기 마련이다. IMF 외환 위기 때 무수한 기업이 흑자 도산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내년 초부터는 그동안 억지로 막아온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축은행, 증권사, 건설업체 등을 중심으로 자금난과 관련한 흉흉한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필연적으로 과장된 분석과 루머가 판을 칠 것이다. 따라서 부실을 터뜨리되 정교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태영건설의 문제를 태영 그룹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 채권단 모두가 나서야 한다. 사기업을 도와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의 실체를 분석하고 해법을 마련해서 시장에 가장 충격을 덜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년에는 이런 일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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