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의정부 뺏벌마을 노인 2명, 축대 무너진 집에 남아 있었다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 2025-08-02 19:09:55

아랫집 가족 3명도 6개월 무상 임대 거절하고 월세 얻어 일단 피신
의정부시 발표 사고 날짜는 애매하고 이재민 주거지원 내용은 허위
19일 밤인지 20일 사건인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일이 따로 있는 듯

지난 20일 오전 1시반 경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에 축대가 무너진 의정부시 고산동 산116-11 집주인 이옥자 할머니(79)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2일 오후 같은 집에 세들어 사는 박복순 할머니(93)와 문 앞에 나와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정부시 고산동 뺏벌마을 이재민 이옥자 할머니(왼쪽)가 박복순 할머니와 함께 축대가 무너져 바닥에 금이 간 대문 앞에 나와 있다. [김칠호 기자]

  

의정부시청에서 추가 붕괴 위험을 이유로 퇴거를 명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살던 집에 그냥 머물고 있다. 옆방에 세든 외국인노동자도 저녁이면 조심조심 자기방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집주인 이 할머니는 인근 조카네 창고에 들어가 살까 생각도 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아 접었다. 이 할머니는 "의정부시가 퇴거 조건으로 650만 원 선에서 전세를 얻으면 2년 동안 모자라는 돈을 지원해주겠다고 하더라"면서 "갑작스레 그만한 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그렇게 하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골목길에서 '무너진 집이 어디냐'고 물었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마침 살던 집을 둘러보러 온 아랫집 사람 이 모씨(55)를 데리고 왔다.

 

어릴 때부터 45년 동안 이곳에 산다는 이 씨는 "그날 새벽 벽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에 놀라 건넌방에 잠자던 어머니(77)와 여동생을 깨워 급히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가족 모두 대피에 성공한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한 뒤 어머니를 근처 이모네 집으로 피신시켰다고 했다. 이씨는 그날 사고가 난 뒤 토요일 아침을 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기억대로 난리를 당한 날이 19일 밤이었던 건 분명하다. 나중에 119 메시지를 확인하니 20일 새벽으로 기록돼 있었을 뿐이다. 

 

▲의정부 뺏벌 아랫집 이재민 이씨가 윗집 축대 잔해가 밀고 들어온 벽면을 살펴보고 있다. [김칠호 기자]

  

그는 사고 이후 의정부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16평짜리 단독주택을 임시로 사용할 것을 권유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가까운 곳에 월세집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의정부시 주택과에 찾아가서 임시 거처에 대해 협의했지만 6개월 사용 후에는 더 이상 연장이 되지 않는 등 조건이 맞지 않아서 추가로 협의했음에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수해 발생 현장을 찾아가 축대 붕괴 날짜가 '19일 밤'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의정부시 보도자료에서 "지난 20일 고산동 단독주택이 집중호우로… "라고 발표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의정부시가 이 사건과 관련해서 19일 밤 사건인지 20일 발생한 사건인 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일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LH와 협약을 체결하고 임대주택 4호를 피해주민에게 제공하게 됐다"면서 "6개월간 보증금과 월세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으며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고 발표한 것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이재민 이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느 문중의 땅을 사용하고 있어서 꼬박꼬박 도지세라는 명목의 사용료를 내고 있다"면서 "이번 폭우로 축대가 무너진 것이 윗집 책임인지, 땅 주인 책임인지, 그냥 재난인지, 피해보상은 어떻게 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KPI뉴스 /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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