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덮친 美 IRA…韓 정부·기업 돌파구와 해법은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12-04 18:57:44
기업들 1차 해법은 中 지분율 25% 밑으로 조정
공급선과 시장 다변화는 궁극의 해법
의견수렴 나선 정부 "미 정부 질의 후 협상"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지분율이 25% 이상인 곳까지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터리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최대 수혜 산업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미 정부가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미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지난해 8월 IRA 통과 후 IRA 이행을 위한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45W)'가이던스와 '친환경차 세액공제조항(30D)' 잠정 가이던스를 순차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요건 중 해외우려기관(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에 대한 구체안을 공개했다.
해외 우려국이 소유·통제·지시하면 보조금 혜택 제외
구체안에는 해외우려기관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광물이나 제조·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를 탑재하면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해외우려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 및 북한이다.
구체안은 해외우려국 정부로 중앙·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지방정부의 기관·기구, 지배·집권정당, 전현직 고위정치인도 포함했다.
해외우려국 정부가 이사회 의석, 의결권, 지분의 25% 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 보유해도 해외우려국 정부로부터 소유·통제·지시를 받는 것으로 해석돼 해외우려기관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해외우려국에 법인을 두거나 주요 사업장을 둔 외국기업도 해외우려국 정부에 의해 소유·통제·지시를 받는 것으로 여겨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중국 의존도 높은 배터리…한중 합작사들도 '불똥'
배터리는 여타 분야보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SNE리서치가 컨슈머리포트를 인용,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배터리 원자재의 중국 수입 비율은 전구체가 98%, 흑연은 91%, 코발트는 90%에 이른다. 리튬과 망간도 각각 64%, 3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중국에 공장을 두거나 중국과 합작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 GS에너지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전구체와 양극재, 니켈, 전구체, 리사이클 부품 생산을 추진 중이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GEM)와 한국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과 FTA 체결국인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키로 하면서 협력 파트너로 중국 기업 '야화'를 택했다. 야화는 리튬 생산면에서 전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합작법인 다수의 지분율은 한국과 중국이 51대 49인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들 "예상했던 일…사업 영향 크지 않을 것"
신속 대응은 필요하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미 정부의 이번 조치가 그동안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지화, 다각화 등 공급망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면서 "북미 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도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대응해 왔기 때문에 사업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협회도 "공급선 대체과정에서 일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공급망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면 오히려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지분율 조정과 시장·공급 다변화가 해법"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변경과 공급선 다변화, 시장 다변화로 문제를 풀 것으로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기업들 다수가 합작사를 설립하며 중국과 지분율 조정에 대해 여지를 둔 것으로 안다"면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한-중 합작법인의 경우 중국기업들이 절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최소 25%의 지분을 국내 기업들에게 이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급선과 시장 다변화는 기업들이 찾는 궁극의 해법이다. 중국 생산 제품은 중국이나 미국 아닌 나라로 수출하고 미국 시장용 제품은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화와 다각화는 지속적으로 준비해 온 작업"이라면서 "지금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중국 시장용"이라고 말했다.
의견수렴 나선 정부 "미 정부 질의 후 협상"
정부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 정부가 발표한 조항 중 해석이 불분명한 조항 등에 대해 질의하고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국 정부와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민간 기업과의 합작인 경우에도 해외우려국 적용을 받는지, 중국 민간 기업과의 합작일 경우 25% 이하 지분 규정을 충족해야 하는지 등 기업들이 제기한 제반 궁금증과 우려 사항을 정리해 미국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미 정부의 세부 규정은 한 달여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내부 검토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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