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추진하더니…與 참패로 이통 '전환지원금제' 존폐 기로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4-12 18:38:10
단통법 취지인 이용자간 차별 해소에도 위배
소비자 호응도 '글쎄'…번호이동도 '잠잠'
22대 여소야대 국회서 폐지·수술 가능성 높아
이동통신 사업자를 바꾸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제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제도 자체가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진행된 데다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절차와 실효성에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4·10 총선에서 정부 여당이 참패하면서 전환지원금제를 지속할 동력 자체가 소멸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은 통신사업자를 바꿔 번호이동을 하는 가입자에게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사업자간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혜택을 늘린다는 취지로 지난달 중순 총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도입됐다.
총선 앞두고 급조…시작부터 휘청거린 전환지원금
정부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 폐지를 추진했지만 총선 전 국회 의결이 어렵게 되자 지난달 13일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으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급조됐고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전환지원금 제도는 시작부터 휘청거렸다.
사업자들이 세부 전략을 마련할 시간도 부족했고 지원금 적용을 위한 전산시스템은 개발자들의 밤샘 작업에도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 통신 3사는 내부 준비가 완료되지 못한 상태로 정부 시책에 부응했고 대리점에서는 수작업을 병행하며 전환지원금을 지급해야 했다.
전환지원금이 30만 원대로 상향 조정된 시점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각별한 요구' 이후였다. 사업자들은 지난달 22일 김 위원장과의 회동 바로 다음날 최대 13만원이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조치였지만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사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움직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번호이동 장려에 찬성하기 어려운 사업자들이 전환지원금 상향을 좋아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단통법 취지인 이용자간 차별 해소에 위배
전환지원금제가 단통법의 근본 취지인 이용자간 차별 해소에 위배된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2014년에 제정된 단통법은 이용자들이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 구조로 인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휴대폰 보조금인 지원금을 공시해 이용자 간 부당한 차별을 금지시키고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한다는 게 법의 골자다.
이와 달리 전환지원금제는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만 차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 사업자를 유지하는 가입자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야당은 총선 전에도 이를 지적하며 전환지원금제 도입을 반대해 왔다. 단통법이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시행령 개정 방식으로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장해 왔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지급하는 번호이동 지원금은 최대 33만 원이다. 지난달 23일 상향 조정된 금액이 유지되고 있다.
그마저도 최신 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폴드5나 갤럭시S23 시리즈를 구매하면서 월 10만 원 이상, 혹은 그에 근접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에만 30만 원 수준의 번호이동 지원금을 지급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원금이 기대만큼 높지 않아 굳이 사업자를 변경할 명분도 희박한 실정. 추가 요금 할인이 제공되는 가족.인터넷 결합 상품 가입자에겐 번거로운 사업자 변경 절차를 상쇄할 혜택조차 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전환지원금제 도입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ICT 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번호이동 건수는 52만4762건으로 2월 50만4119건보다 2만643건 늘고 1월 56만63건보다는 줄었다. 지난해 11월(52만 7229건), 12월(51만 1984건)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22대 '여소야대 국회'가 열리면 전환지원금제가 폐지되거나 수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야당의 공약인 잔여 데이터 이월이나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등 가입자 우대 혜택이 강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대놓고 반발할 수 없는 입장이라 조용히 있을 뿐"이라며 "번호이동 장려보다는 장기 가입자 우대가 합당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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