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대한민국은 내란수괴를 잡아둘 능력조차 없는 나라인가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5-03-07 18:01:04

내란죄는 중대범죄다. 시민의 권리를 빼앗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흉악한 범죄다. 나라 근간을 흔드는, 형법상 가장 무거운 범죄다. 내란이 성공하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수십년 핏값으로 쌓아올린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한순간에 무너진다. 유혈참사가 벌어지고 다시 숨죽이는 세월이 시작된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12‧3 내란은 실패했고 심판의 시간이 넉달째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은 내란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형량이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뿐인 흉악범으로 재판받는 처지다. 그런 자의 태도가 어떤가. 거짓말, 모르쇠, 떠넘기기로 진실을 부정하기 바빴다. 죄의 무게로 보나 태도로 보나 '구속'은 상식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를 석방하라는 희대의 결정을 7일 법원이 내렸다. 12‧3 내란 이후 대한민국은 초현실 세계에 빠져든 듯하다. 내란수괴라는 중대범죄자, 그 것도 뻔한 거짓말로 혐의를 부인하는 자를 풀어주라니, 무슨 법이 이 모양인가. 대한민국은 내란수괴를 잡아둘 능력조차 없는 나라인 것인가.

 

오로지 법원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인데 나름의 이유는 있다.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서 기소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 공수처와 검찰이 법률상 근거 없이 구속기간을 협의해 나눠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적 흠결로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의문의 여지가 있으니 이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 그러나 중대범죄자가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풀려나는 '블랙 코미디'까지 팔짱끼고 봐주긴 어렵다. 법원의 판단이 합법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 것이 정의로운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으로 윤석열 내란수괴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속취소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 또 하나의 중대 사건이다. 자칫 이러한 사법시스템의 허술함으로 내란죄조차 단죄하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할까 두렵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희대의 결정은 법원이 내린 것이지만 그 책임은 검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절차적 흠결 없이, 논란의 여지 없이 기소해야 하는 건 검찰의 몫이었다. 30여년 경력의 변호사 J는 "보통 구속기간 만료 2~3일전엔 기소하는데 이번엔 왜 논란이 있는 줄 알면서도 마지막날 한 것인가. 이 것부터 의문"이라고 했다. 일부러 흠결 있는 기소로 여지를 남긴 '미필적 고의' 아니냐는 의심이다.

 

물론 검찰은 "구속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유효한 구속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했다"는 입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자해지해야 한다. 즉각 항고하라. 기각되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라. 뻔뻔하게 거짓말만 늘어놓는 중대범죄 피의자가 어떻게 불구속 상태서 재판받을 수 있나. 그런 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인가. 법은 절차적 흠결만 잡아내는 규칙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다.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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