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CES 2026, 몸을 얻은 지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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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6-01-08 18:01:46

새해를 여는 미국 '소비자 전자 쇼(CES)'가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다. CES는 그해 가장 앞서있고 유행할 첨단 인기 정보통신기술(ICT) 상품과 서비스를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출시하는 전시장이다. 전자 기술의 최전선과 시장 동향을 연초부터 점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참가업체뿐 아니라 연구자와 행정가, 예술인까지 거의 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옵서버로 몰려든다. 물론 빅테크들은 각자 사업의 사활과 자존심을 건 신기술 전쟁터로 여기고, 스타트업 신생기업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미래의 빅테크가 되길 원하며 제각기 혁신적 서비스를 뽐낸다. 새해 새 기술의 흐름은 무엇일까.

  

▲ 피지컬 AI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전 세계 여러 매체와 기관들이 전한 올해의 주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AI(인공지능)가 모니터를 벗어나 몸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2026년에도 여전히 AI 혁명이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무형의 소프트웨어였던 AI가 이제 로봇, 자동차, 집 같은 실물을 움직여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로서 세상에 등장한 점이 가장 큰 변화이다. 업계 용어로 '피지컬(physical) AI'라고 한다. 피지컬은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현실세계의 물리AI, 3차원 공간에서 몸통을 움직이는 육체AI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요점은 그동안 PC, 패드, 스마트폰의 2차원 화면 속에서 유령처럼 글과 음성으로만 나와 대화하던 AI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지는 물건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피지컬 AI를 정확하게 정의하면 'AI가 현실을 보고,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주변 환경을 지각한 후 맥락이 파악되면 팔과 바퀴가 움직이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피지컬 AI는 공장 일을 하고, 길에서는 차 운전대와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며, 집에 오면 냉장고·레인지까지 켜고 끄며 사람 곁에서 조수나 비서 노릇을 한다. 피지컬 AI의 '현실 세계'는 현재 3가지로 압축된다. 로봇(가정·산업·휴머노이드), 차량(자율주행/로보택시·SDV·인포테인먼트), 집(스마트홈·가전·홈허브/에너지/보안)을 말한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엣지(Edge) 또는 온 디바이스(On Device) AI'이다. 엣지와 온 디바이스는 단말기(端末機)를 뜻한다. 중앙서버에서 멀리 떨어진 내 집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말한다. 수돗물로 치면 취수장과 정수장에서 출발해 중간의 여러 급수관을 통과해 졸졸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에 해당한다. AI가 수십, 수백km 떨어진 데이터센터의 대형 컴퓨터 안에 자리 잡고 내 손 안의 단말기가 요청한 연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수행해 모니터에 띄워주는 게 지금의 클라우드 방식이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들고 복잡해 낭비요소가 많다. 특히, 육체를 가진 피지컬 AI는 데이터가 중앙센터까지 왔다 갔다 하는 동안 1초 사이에도 치명적인 사고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로봇, 자동차, 집에 직접 AI를 심는 것이다. 현장에서 독립적인 AI 판단으로 신속한 대처를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엣지 AI는 소프트웨어가 복잡하지 않은 경량이면서도 적은 에너지로 현실세계의 상황에 잘 대응하는 성능을 갖추어야 해 새로운 기술적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엣지 AI의 성능이 크게 향상돼 로봇이나 자동차가 매번 클라우드에 묻지 않고도 현장에서 스스로 바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CES 신기술의 시사점을 6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는 이제 '기능'이 아니라 '형태(embodiment)'이다. 올해 전시장에서 눈에 띄는 건 "AI를 어디에 넣었나"가 아니라 "AI가 어떤 몸을 가졌나"이다. 작은 로봇 떼가 움직이고, 휴머노이드가 집과 공장을 넘나들며,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폰'을 넘어 '달리는 에이전트'가 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둘째, 온디바이스 AI(Edge AI)가 프라이버시·지연·비용의 현실 해법이다. PC·노트북·스마트홈 허브에서 로컬 추론을 강조하는 발표가 확 늘어났다. 'AI PC'는 이제 마케팅 구호가 아니라, 칩(신경망 가속) + OS/앱(에이전트) + 로컬 모델이 한 세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왔다.

셋째, 컴퓨트 자원(연산) 전쟁의 2라운드가 열렸다. 이제 GPU만이 아니라 '랙-스케일'로 전장이 확대되고 있다. AMD가 데이터센터/랙-스케일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엔비디아는 차세대 플랫폼을 꺼내면서, 경쟁 구도는 '칩 vs 칩'에서 '플랫폼(칩+시스템+소프트웨어+파트너 생태계) vs 플랫폼'으로 더 커졌다.

넷째, 자율주행은 '기술 데모' 단계에서 '서비스·경험·럭셔리'로 이동하고 있다. 센서 스펙보다 서비스 재설계(탑승 경험/콘텐츠/차내 개인화)가 주안점이다. 우버가 루시드·뉴로와 손잡고 로보택시를 다시 전면에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섯째, 스마트홈은 '집안일 자동화'가 다음 전장이다. 삼성·LG 모두 'AI 홈'을 말하지만 톤이 약간 다르다. 삼성은 디스플레이·센서·루틴·음성·에이전트로 집 전체를 엮는 그림을 그린다면, LG는 집안일 해방(Zero Labor Home)처럼 노동을 줄이는 메시지와 로봇을 전면에 두었다.

여섯째, 동반자 AI(Companion AI)의 부상이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 로봇·펫·데스크톱 컴패니언이 일을 대신해주는 효용성 도구에서 정서적 상호작용(눈·표정·대화·관계 설정)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업별 주요 전시품과 발표에서 나타난 포인트를 보자. 젠슨 황의 엔비디아(NVIDIA)는 피지컬 AI를 '플랫폼'으로 파는 데 주력했다.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올해도 GPU 회사라기보다 AI 인프라 회사 포지셔닝을 더 굳혔다. 피지컬 AI 메시지를 강화하는 로봇 데모로 시선 장악에 나서는 한편, 지멘스 같은 제조·인프라 파트너십을 과시하며 산업 현장 확장성을 강조했다.

반면, 라이벌 AMD는 데이터센터 AI와 AI PC의 '투트랙'으로 경쟁기업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MI455, MI440X 등 신규 AI 칩과 시스템 발표로 엔비디아 추격 구도를 재점화했다는 평이다. 인텔은 팬더 레이크(Panther Lake)를 공개하며 'AI PC' 주도권 탈환을 시도했다. 전력 효율과 그래픽·AI 동시 강화를 내세우며 휴대용 게이밍 플랫폼에 눈을 돌렸다.

가전의 양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 홈의 지배자 자리를 다투고 있다. 삼성은 AI 홈의 컨트롤타워는 디스플레이라고 정의하고 마이크로 RGB, 투명에 가까운 마이크로 LED 등 초대형·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거실' 장악에 나섰다. 또 안방과 화장실에서는 뷰티·헬스 성격의 개인화된 AI 미러 같은 센서 기반 개인화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음성·루틴·기기 연동을 통한 집 전체의 오케스트레이션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LG전자는 가사노동 해방(Zero Labor Home)을 실현하는 가정용 로봇을 앞세웠다. 가전 자동화와 함께 스마트 홈을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가사노동 절감이라는 직관적 가치로 전개한 것이다.

한편, 우버(Uber)는 루시드 모터스, 뉴로와 협력을 공개하면서 다시 로보 택시의 프리미엄 경험으로 승부를 걸었다. 자율주행은 기술보다도 서비스 설계와 규제 및 운영이 승부처라는 주장이다. 현대차 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투입하는 로봇 제조현장 활용을 부각시켰다. 그동안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했던 로봇과 휴머노이드는 이제 쇼 수준을 넘어 반복 작업에서 안전과 유지보수 단가에서 답을 보여줘야 하는 '현장 투입' 단계로 진입했다. 특히, 로봇청소기나 주방가전의 신흥 강자들은 이제 앱 연동이 아니라 에이전트형 기능(리스트/추천/자동 루틴)으로 진화 중이다.

CES 2026의 '혁신'은 화려한 신기능 나열이 아니라, AI가 현실로 내려오면서 로봇·자동차·집에서 "누가 더 안전하게, 더 싸게, 더 자연스럽게, 더 지속적으로" 피지컬을 굴릴 수 있느냐의 시스템과 표준 제도 경쟁으로 넘어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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