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역구 그대로 나갈 것"…비례대표 출마·불출마 일축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1-18 18:06:33
원희룡 출사표에 "나를 왜 따라오나…이해 안된다"
비례대표 출마, 준연동형 유지·병립형 회귀와 연계돼
정봉주 "李, 원희룡과 싸워야…사진만 갖다놔도 이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10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18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계양을에 그대로 나오느냐'는 물음에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그대로 나가지 어디 가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계양을에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진데 대해 "나를 왜 따라오는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86세대 용퇴론'에 대해선 "운동한 게 잘못도 아니고 잘라야 할 이유인가"라며 일축했다. 또 "잘라야 할 586에 대한 정의도 정해진 게 없지 않나"라고 했다.
간담회에 앞서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역구 출마와 함께 비례대표로 나서는 방안과 총선 불출마가 가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일단 비례대표 출마와 불출마를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계양을 출마는 가장 무난한 길이다. 그런데 원 전 장관이 계양을에 나서겠다고 밝혀 변수가 불거졌다.
원 전 장관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다. 여야 '잠룡'인 두 사람 맞대결이 벌써부터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대표로선 부담이 생긴 셈이다.
원 전 장관이 선전하면 이 대표 발을 묶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이트케이 배종찬 연구소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원 전 장관이 지지율이 높게 나와 이 대표와 접전을 벌이게 되면 전국적인 지지도를 견인해야하는 이 대표가 지역구에 갇혀 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총선 전략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당내에선 '이겨도 본전, 지면 낭패'라는 얘기가 돈다.
이 대표는 인지도가 높고 전국 선거전을 진두지휘해야하는 사령탑이다. 수도권 승부처마다 지원유세를 다니는 게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역구에 몸이 매여선 안된다. 비례대표 출마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선택지는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느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 난립으로 큰 부작용을 남겼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위성 정당은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을 바꾸면서 공약 준수가 의문시되고 있다.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면 비례대표 출마는 어렵게 된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더불어시민당' 같은 위성 정당을 또 만들고 이 대표가 이 정당 소속으로 출마해야하기 때문이다.
위성 정당은 국민 공분을 샀던 '꼼수'였다. 그런데 이 대표가 공약 파기를 넘어 역행까지 하게 되면 거센 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로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비례대표 출마의 문이 열릴 수 있다.
불출마는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여야 대표가 애용하던 승부수였다.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각 2012년, 2016년 총선 때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해 당의 승리를 이끈바 있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날 "불출마는 없다"며 "지역구 아니면 비례대표 출마가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례대표 출마는 병립형이냐 준연동형이냐와 연계돼 있어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계양을 출마 확률이 90%"라고 했다.
당 안팎 분위기도 계양을 출마로 몰아갔다. 정봉주 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계양을에 가서 싸워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우리는 상대를 무시하는 정치는 하지 않는다"며 "(상대가) 칼을 뽑았으니 오래 정치를 한 경험이 있는 이 대표가 맞상대해 주겠다며 응해 주는 게 예의"라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과 맞붙으면 이 대표가 지역구에 묶이지 않겠나'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이 대표 브로마이드(사진)만 갖다놔도 이긴다"고 자신했다.
여당도 이 대표의 계양을 출마를 압박했다. 안철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설마 비례대표로 갈까 그런 생각을 한다"며 "비례대표로 도망가면 정치 생명은 끝"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 터전은 성남인데, 제가 분당갑에서 출마 선언한 바로 다음 날 계양을로 달아나더라"며 "그런데 다시 다른 분이 온다고 해서 또 비례대표로 도망을 갈까 싶다"고 꼬집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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