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위기'에 '오너 사법리스크'까지…코너로 몰린 삼성전자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5-27 18:06:11
HBM 선두 뺏기며 메모리 강자 자존심에는 흠집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노조 쟁의…책임론 공방도 심화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악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위기에 오너의 사법리스크가 더해졌고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노조 쟁의까지 터져 어려움이 커지는 모습이다.
27일 재개된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삼성전자에겐 아킬레스 건과도 같다. 이 회장이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반격이 거세고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삼성전자가 느끼는 부담은 크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흘 후 검찰이 항소하며 다시 소송에 휘말렸다.
검찰과 이 회장측의 대립은 팽팽하다. 검찰은 지난 3월 1300페이지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며 1심 판결을 반박했고 이 회장 변호인단은 이를 부인하는 내용으로 답변서를 제출하며 치열한 공방을 시작한 상황.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가 이날 오후 3시부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진행한 첫 공판준비 절차에서도 양측은 추가 증인 신청을 두고 치열하게 맞섰다.
검찰 측은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 관련 회계 전문가 11인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이 회장 측은 검찰측 증언을 반박할 증인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공판준비는 본격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확인하며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정식 재판이 아니어서 피고인의 출석 의무도 없다. 삼성전자에서도 이 회장을 포함한 14명이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두번 째 공판 준비기일은 오는 7월 22일 오후 3시.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마치고 본격 심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HBM은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심하게 흠집을 냈다. HBM 선두 자리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자조감이 확산되고 책임론 공방까지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 교체와 해명 등으로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직원들과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1969년 창립 이래 지난 55년 동안 단 한 차례 파업도 없었던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7일과 지난 24일 직원들의 집단행동까지 마주해야 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지난 2019년부터 HBM 개발을 중단, 회사의 인재들이 경쟁사로 이동했고 현재의 위기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한다. 현재의 위기는 직원들이 아닌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외적으로는 엔비디아 공급 건이 민감하다. 지난 24일 삼성전자 HBM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소식은 대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4세대 HBM3와 5세대 HBM3E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HBM에는 고객사의 필요에 맞춰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다.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투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4일 3% 넘게 빠졌다.지난달 8일 8만60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7만72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수율 맞추기 작업에 회사의 기술과 노하우가 응축돼 있는데 우리 인력을 경쟁사에 다 뺏겼다"면서 "경쟁사는 수율을 맞췄고 우리는 테스트에서 밀렸다"고 비판했다.
현재 HBM의 주력은 HBM3 8단 제품. 엔비디아에게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사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전담팀을 부활시키며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반전 카드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음 세대 상품인 HBM3E 12단 제품으로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품질면에서 엔비디아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새 수장이 된 전영현 부회장의 첫 과제는 이같은 이유로 HBM 수율 개선과 엔비디아 공급 성사가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의 사법리스크는 장기화될 것이 분명하지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으면 회사 내부와 시장의 우려는 일부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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