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삼쩜삼-세무사회 갈등…신·구경제 충돌 해법은?
KPI뉴스
go@kpinews.kr | 2024-06-21 17:58:40
세무 서비스 시장에서 도전자와 기존 챔피언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6월 16일 세무 서비스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를 국세청에 탈세조장 혐의로 고발했다. 세무사회는 약 한달 전에도 비슷한 혐의로 삼쩜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삼쩜삼 역시 발끈하며 코스닥 상장 심사 때 세무사회가 고의로 방해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되받아쳤다. 여기서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로 무장하고 새로 창업한 테크 기업과 전통적인 산업화 시대의 기성 업계 간 갈등은 신·구조화로 지혜를 발휘해야 공멸 없이 상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들려주고 싶다.
디지털 신(新)경제와 아날로그 구(舊)경제의 충돌은 해묵은 이슈이다. AI가 나오기 전 1990년대 닷컴 버블로 불리는 초기 정보화 시대에도 신·구 대립은 이미 불거졌다. 당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유선 음성통화 수입으로 먹고 살던 통신사들은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 업체에 시비를 걸어 불법의 족쇄를 씌웠다. 음악 시장에서 P2P 기술로 무료 음원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스타트업 냅스터는 2000년 대형 음반 회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문을 닫았다. 이른바, '파괴적(disruptive) 신기술'은 기성업계의 가치사슬과 수익원을 형해화(形骸化)시켜 공포와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기술 진보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의 향상과 소비자 편익 증대를 힘으로 억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새 기술에 재빨리 적응하는 쪽이 미래 시장을 선점한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목격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발명했던 코닥이 필름 시장의 축소를 우려하며 도입을 주저하다가 결국 뒤쳐져 망한 사례는 경영대학원 사례연구의 단골 소재이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전환(DX)의 격변을 겪으면서 거의 모든 업계에서 신경제와 구경제 간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타다' 차량 서비스가 불법 콜택시라며 기존 운수업체의 공격을 받아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사업을 접고 철수한 게 대표적이다. 또, 변호사들이 일하는 법조계에서 스타트업 로톡은 온라인 상담과 추천을 시작한 후 변협으로부터 견제를 받아 거의 문을 닫기 직전 법무부가 합법이라며 손을 들어줘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디지털 원격의료도 의료업계의 반발로 10년 이상 표류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겨우 한정된 범위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새로운 시장 파괴적 기술에 저항하는 이유는 '밥그릇' 때문이다. 생계가 걸린 이들의 생존 몸부림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시대 러다이트 운동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못했듯, 신·구 경제체제의 임무교대는 역사의 필연이다. 다만, 과도기의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현실문제만 남을 뿐이다.
시장경제에서는 경쟁의 낙오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뒤처진 구성원을 패자라며 방치할게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통해 구제해주고, 새 체제에 적응하도록 재훈련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포용적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이다. 물론 시장의 심판 노릇을 하는 정부가 이런 약자 보듬기 정책을 펴 사회통합을 주도해야겠지만, 시장 파괴적 신기업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공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모바일 시대를 연 고(故) 스티븐 잡스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합법 음원 콘텐츠를 넣기 위해 EMI, 폴리돌 같은 대형 레이블들과 기나긴 수익배분 협상을 벌여 성공시켰다. 그 결과, 우리는 보다 편리하고 풍성한 음악 생태계를 갖게 됐다. 프롭테크로 불리는 디지털 부동산 벤처 직방, 다방 등은 초기에 부동산 중개업체들과 갈등을 빚다가 이들을 포용하는 공존 시스템으로 전환해 시장에 정착했다. 함께 사는 사회, 선한 영향력의 소셜 임팩트는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이제 미래 기업의 필수 덕목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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