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윤석열 정권이 깔아준 멍석 걷어차는 이재명의 민주당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4-02-22 17:40:30

두 기득권 정당의 적대적 공생. 한국 정치판의 작동원리는 단순하다. 기를 쓰고 잘할 필요 없다. 상대가 못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상대의 무능과 오만이 나를 먹여살린다. 주거니 받거니 국민의힘(국힘),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그렇게 권력을 누려왔다.

 

이번엔 민주당에 기회가 왔다. 4·10총선은 민주당이 먹는 판이다. 윤석열 정권이 확실하게 판을 깔아줬다. 윤 정권의 국정운영은 이해불가,평가불가다. 못해도 너무 못한다. 무능한데다 무도하기까지 하다. 모순 투성이다. 수조원 R&D(연구개발)예산을 싹둑 잘라놓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KBS 신년대담)으로 남고 싶단다.

 

설상가상 뻔뻔함, 무도함은 역대급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특검법은 거부하고,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라는 '위법'에 대해선 '박절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쯤으로 퉁치고 넘어갔다. 명품백 앞에선 박절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자식을 잃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는 어찌 그리 박절한가.

 

권력 감시·비판에 충실한 언론 대응도 무도하기 짝이 없다. 재깍재깍 검찰 칼날을 들이댄다. 다른 목소리 내는 '동료시민'의 입은 틀어막고 내쫓는다. "국정기조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이, "R&D예산 회복하라"고 외치는 카이스트 졸업생이, "의료 현장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뜻을 전하러 왔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이 그렇게 '입틀막' 당한 채 쫓겨났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대통령 비판·의혹 기사를 쓰려면 기자는 압수수색을 각오해야 하고, 대통령에게 말 좀 할라치면 '입틀막'의 수모를 감내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쯤 되면 단지 무능이 아니다. 민주주의 파괴요, 역사 퇴행이다. 국정지지율이 30%대에 갇히고, 비토층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이유일 터다.

 

민주당으로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튼튼한 멍석을 윤 정권이 깔아준 꼴이다. 그런데 그 적대적 공생의 원리가 이번 총선에선 작동할 것 같지가 않다. 지금 민주당 꼴이 그렇다. 윤 정권 실정의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소폭이나마 앞서던 정당지지율은 하락해 국힘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오차범위밖으로 뒤진 조사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절호의 기회에 민주당은 왜 이렇게 죽을 쑤고 있는 건가. 이유는 밖에 있지 않다. 민주당 스스로 국힘을 대체할 대안정당으로 민심에 다가서지 못하는 탓이다. 민주당 돌아가는 꼴이 그렇다. 대선 패배후 제대로 된 반성도, 혁신도 건너뛰더니, 이젠 사천(私薦)논란으로 다시 공당의 신뢰를 허물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공정해야 할 공천(公薦)이 사천으로 변질된 징후들은 적잖다. 누가 봐도 의정활동에 진심인 박용진 의원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은 것이나 여러 지역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배제된 사실은 사천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절호의 기회에 대체 왜 이러는 건가. 결국 비명 쫓아내고 친명으로 채워 이재명당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것일까. 그리하여 다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총선 승리, 나아가 대선을 포기하는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사당화의 길을 가는 정당에, 그런 지도자에게 민심이 힘을 실어주겠는가. 그 정도의 협량(狹量·좁은 도량)이라면 총선도, 대선도 무망(無望)한 일이다. 무신불립,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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