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다들 月600 정도는 버시죠?'…박탈감 부추기는 은행 보고서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12-31 11:21:50

'평균의 함정' 빠진 은행 보고서에 자조 섞인 반응
'평균소득'보다 '중위소득'이 적절…세심하지 못한 부분 아쉬워

지난해 '평균 올려치기'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한 대학교 익명게시판에서 '대한민국을 망친 최악의 문화'로 지목된 개념이다. TV와 SNS에서 상위 계층의 소비가 마치 보통의 삶인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을 꼬집었다. '평범함'의 기준이 왜곡되면서 기준선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문제제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평균 올려치기가 TV나 SNS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객관적인 정보처럼 보이는 통계 숫자조차 '평균의 함정'에 빠져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름난 은행들이 펴낸 보고서에서 '사람들의 평균소득과 평균자산이 얼마더라' 하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유명인의 SNS보다 이런 숫자에 더 큰 박탈감을 느낀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 숫자가 너무 높게 나온 탓이다. 

 

최근 한 은행이 낸 보고서에서는 1970년대생 가구 올해 소득이 월 평균 624만 원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1980년대생 가구는 월 평균 506만 원이었다. 연초 다른 은행에서 나온 보고서에서도 '보통 사람'의 월 평균 가구소득이 544만 원이라고 밝혔다. 

 

여러 매체가 이런 보고서를 기사로 내보냈는데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나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네이버 아이디 'kimg****'), "이런 통계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100c****'), "내 주변은 다들 하위 90%인가 보다"('ljy1****')는 식의 자조 섞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은행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제시된 수치가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 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2024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체 평균 가구소득은 7185만 원이다. 한 달에 약 600만 원 꼴이다. 40대의 평균 가구소득은 월 757만 원, 30대는 월 599만 원이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 숫자에 박탈감을 느낄까? 답은 '평균의 함정'에 있다. 소득 통계의 평균은 상위 소득자에 의해 왜곡될 수 있어서다.

 

사람들 체감에 근접한 수치는 평균소득보다 중위소득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은 월 473만 원으로 평균보다 127만 원이나 낮다. 

 

은행 보고서에 아쉬운 점은 평균소득만 나와 있고 중위소득은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 사회는 '평균값'을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남들은 다 그 정도는 번다더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평범한 삶을 사는 대다수가 스스로를 비하하게 된다. '최소한 중간은 가야 한다'는 한국 특유의 강박이 이런 왜곡을 더 강화한다.

 

통계는 현실을 이해하는 도구여야 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왜곡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의 보고서는 더 현실에 부합해야 한다. 정보 제공에서 세심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 유충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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