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화려한 메리츠화재…이면엔 곪아버린 PF리스크 '불안'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2-21 11:24:07
'고위험·고수익' 부동산PF 편중…경기 악화 시 부실화 우려 커
메리츠화재가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축포를 쐈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점점 더 곪아가고 있어서다.
2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 당기순이익은 1조71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2020년 이후로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연봉의 60%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호실적의 중요한 한 축은 '이자 장사'다. 보험손익은 전년 대비 2.4% 늘었는데 투자손익(투자수익에서 투자비용을 뺀 금액)은 같은 기간 25%나 급증했다. 작년에 거둬들인 투자수익(2조5808억 원) 중 65%인 1조6839억 원이 이자수익에서 나왔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를 통틀어 가장 대출사업 의존도가 높은 회사다. 지난해 말 대출채권은 14조9682억으로, 전체 운용자산 43조3585억에서 3분의 1 이상(34.5%)을 차지한다.
특히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부동산 PF 대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메리츠화재 재무상태표에서 대출채권의 세부 구성 항목을 살펴 보면 대부분(91.5%)이 '기타'로 분류돼 있다. 이 항목은 주로 부동산 PF 대출을 기입하는 곳이다. 업권 내 다른 회사에 비해 유독 큰 비중이다.
작년에도 메리츠화재는 부동산PF 대출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말 기타 대출채권(투자계약 보험계약대출 제외)은 13조6921억 원으로 전년(11조7690억 원)보다 16.3%나 증가했다. 전체 운용자산 증가율(10%)보다 더 높다. 지난 수 년 간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다른 회사들이 PF에 보수적이었던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계약자의 납입보험료를 받아 운용하는 보험사가 보험업법상 지나치게 편중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렇게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것은 법령을 명시적으로 위반했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법령의 정신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부실채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메리츠화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62%였다. 2023년 말 0.53%에서 3분기 만에 대비 3배 이상 급등했고 손해보험사 평균(0.8%)의 2배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 중이어서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부실여신을 의미한다.
부실채권 증가에 대해 메리츠화재 스스로도 "여신의 대부분이 부동산 PF대출로 구성돼 국내 경기 둔화,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부동산PF의 사업성은 관련 경기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건설·부동산 업황이 좋으면 황금알을 낳지만 반대로 흔들리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동산PF가 향후 메리츠화재의 경영 전반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지난 몇 년간은 PF대출이 실적의 효자 노릇을 했지만, 향후 자칫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메리츠화재 측은 부동산 PF 대출이 회사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이 선순위채권이고 시공사의 책임준공확약을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부동산PF 비중이 너무 높은 데다 부실채권도 증가 추세라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는 당장 안전해보이거나 감당이 가능해 보이던 것도 상황 변화에 따라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례로 최근 건설사의 줄도산을 우려한 정부가 책임준공확약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면 책임준공확약이 전처럼 PF 대출사업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닌 듯 하다"며 "지금 당장 부실위험이 높지는 않더라도 잠재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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