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與 정책위의장 사퇴…암초 넘어 '한동훈호' 출항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8-01 17:48:48
韓 "변화하란 민심 따를 수밖에…인선은 당대표 권한"
서범수 "당직자 일괄 사퇴해달라" 공개 압박 하루 만
친한계 "교체 원한다" vs 친윤계 "사퇴압박 뺄셈정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취임 후 사퇴 압박을 받아온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일 사퇴했다.
7·23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한동훈호'는 정 의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으로 발목이 잡혀 일주일 넘게 원하는 당직 개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 대표와 친한계는 정 의장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버티고 친윤계가 반발해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이날 정 의장이 사의를 표명해 한동훈호가 암초를 넘긴 셈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시간부로 정책위의장에서 사임한다"며 "당 분열 막기 위해 사퇴가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총에서 추인을 받아 선출된 정책위의장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우리 국민의힘을 잘 이끌어 지방선거, 대선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마음을 갑자기 바꾼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전날 자신을 만난 한 대표가 "새 정책위의장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그런 완곡한 말씀을 해주셨다.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간곡하게 말씀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 의장 거취 논란에 대해 "인선은 당 대표의 권한"이라고 못박았다. 정 의장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우리 당 주요 당직자들은 대단히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가진 분들이다. 특히 성일종 전 사무총장이나 정 정책위의장 같은 분들은 저를 포함해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인품과 능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대 당심·민심을 들어 변화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직 인사와 관련해 "우리 당의 변화와 민심을 받들어 차분히 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변화와 민심'을 내세운 건 '황우여 비대위' 시절 임명된 정 의장 교체를 시사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정 의장이 당 주류인 친윤계라는 점에서 새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한 대표 의지가 읽힌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로 회동하고 하루 뒤 정 의장과 만났다. 같은 날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주요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 정 의장 사퇴를 공개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 의장 거취는 9명의 최고위원단 계파 비중을 좌우하는 것으로 당직 개편의 핵심이다.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이다. 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다 새 정책위의장에 친한계를 기용하면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다. 새 지도부에 한 대표 포함 친한계 최고위원이 5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 의장 거취를 놓고 계파 간 세대결 양상이 이어졌다. 논란이 길어지면 한 대표에겐 정치적 부담이다.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직 개편과 관련해 "전대가 끝난 지 제법 됐다"며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의장이 굉장히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니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데 공간을 만들어주시는 것에 대해 숙고해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서 사무총장의 당직자 일괄사퇴 요구에 대해선 "(사퇴 대상) 범주를 넓혀 (정 의장의) 부담을 좀 덜어드리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친한계 진영에선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성국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사실 (정 의장) 교체를 원하시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냐'라는 질문에 "그게 최전제이고 가장 중요한 전제"라며 "(친윤계 의원들이 반발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친윤계 쪽에선 한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이 나왔다.
조정훈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뺄셈 정치가 아니라 덧셈 정치를 하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다"며 "사퇴하라는 압박 뉴스는 뺄셈 정치로 보일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독단적으로 해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지만 침묵을 지켰다. 그는 발언 순서가 되자 "오늘 발언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마이크를 넘겼다. '(일괄사퇴에 대해)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상 사의 표명을 거절한 건가'라는 물음에도 함구했다. 그러다 반나절만에 '변심'한 셈이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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