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엔비디아·삼성 잡자'…빅테크 도전자들 연대·제휴 확산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2-23 17:52:06
XR 시장에선 애플 견제 움직임…메타, 삼성에 러브콜
삼성·TSMC 대항해 인텔 주도 '팀아메리카' 결집
AI(인공지능)와 모바일, 반도체까지 성역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둘러싸고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이 확산되고 있다. 1위를 견제하기 위한 도전자들의 연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칩 분야의 엔비디아를 비롯,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삼성과 TSMC, 스마트폰과 확장현실(XR) 강자 애플까지 각 분야 1위 기업에 맞서는 빅테크들의 협력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AI칩 연대와 삼성과 메타의 확장현실 제휴가 예상된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을 선언했고 삼성전자와 구글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두 주자인 애플에 맞서 일찍부터 안드로이드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질주하는 엔비디아…오픈AI·소프트뱅크·삼성 삼각편대 예상
빅테크들의 연대가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곳은 AI 연산과 제어 기능을 담은 AI칩(AGI) 분야다. AI칩 확보가 기업들의 생존 이슈가 됐지만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는 게 문제였다. 엔비디아는 AI칩 분야 80%를 점유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0월~2024년 1월) 실적에서도 엔비디아는 전년 대비 265% 늘어난 221억 달러의 매출과 10배 이상 증가한 136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일년 전보다 126%, 311% 증가했다. 이같은 호실적과 앞으로의 상승 기대로 22일 미국과 유럽, 일본의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엔비디아에 도전하는 AI칩 동맹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각편대가 예상된다. 이들의 연대가 현실화되면 AI칩 시장에도 판도변화가 가능해진다.
올트먼 CEO는 7조달러(약 9000조원)를 조달하며 AI 반도체 생산을 준비 중이다. 손정의 회장도 1000억 달러(약133조 원)의 자금을 AI칩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트먼 CEO는 지난 달 한국을 찾아 이재용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연이어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애플 XR 독주 안돼'…메타, 삼성에 러브콜
XR 연대도 예고된다. 오큘러스로 가상현실(VR) 시장의 선구자를 자임해 온 페이스북이 중심축으로 지목된다. 페이스북은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공간컴퓨터 '비전 프로'가 부담스럽다. 애플이 시장 1위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AI칩 개발과 연대 파트너를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달 말 한국을 방문,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커버그 CEO는 이 회장을 만나 AI 칩 생산과 XR 기기 개발 및 제작에 대한 협력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는 아시아 대신 '팀아메리카'…인텔과 MS 연대
반도체 파운드리는 인텔 중심의 '팀 아메리카'가 TSMC와 삼성을 위협한다.
펫 갤싱어 인텔 CEO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을 열고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MS와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의 AI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갤싱어 CEO는 이 자리에서 전세계 반도체의 80%가 아시아에서 생산되고 AI칩과 같은 고성능 제품은 삼성전자와 TSMC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10년 내 미국·유럽이 세계 반도체의 50%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MS가 먼저 화답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MS는 미국에서 강력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인텔의 노력을 돕겠다"며 연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인텔 파운드리의 수주 금액은 MS를 포함해 150억 달러(약 19조9000억원)에 달한다.
겔싱어는 "앞으로 젠슨(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노(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순다르(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리사(리사 수 AMD CEO)도 우리 고객사에 포함되기를 바란다"며 팀아메리카 연대를 제안했다.
1위 못 잡으면 죽는다…사활 건 모바일·AI 연대
빅테크들이 앞다퉈 연대를 추진하는 이유는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연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선두 기업이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는 ICT 시장의 특성상 선두에 대항할 힘을 갖추지 않으면 기업과 제품이 도태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폐쇄 생태계를 갖춘 기업에게 핵심 제품의 시장을 내주면 연관 제품들까지도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는다.
AI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도 독창적 기술에 기반한 차별화된 성능 개발이 필수적이다. 시장 1위인 엔비디아 종속성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AI 기업의 경쟁력도 예측 못한 변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연대를 해서라도 1위에 대항할 이유가 충분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 지는 알 수 없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와 제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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