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도 못 번다"…올해 문 닫은 공인중개업소 1만개 넘어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1-13 17:51:22
주택거래 위축에 수익구조 악화…상당기간 폐업 이어질 듯
공인중개업소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올해 폐업건수만 1만 건을 넘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주택거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때 '인생 2막'의 대표 업종으로 인기를 누렸던 공인중개사 업계가 역대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에서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총 1만585곳으로 집계됐다. 매달 약 1200곳씩 간판을 내린 셈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공인중개업소 폐업은 1만4000~1만5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2분기 소폭 상승했던 주택거래가 10월 이후 급감한 점 등을 고려하면 폐업 건수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새로 공인중개업소를 차리는 사례는 급감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매달 1200~1300건 수준이었던 신규개업 건수는 지난 8월 826건, 9월 846건으로 줄었다. 1~9월 전체 신규개업 건수는 9611건으로 폐업건수 대비 974건 적다. 협회가 관련 자료를 집계한 이후로 신규개업보다 폐업이 많은 해는 올해가 처음이다. 역대 최악의 업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회 관계자는 "폐업 건수로만 보면 2016~2019년에도 연간 1만4000~1만5000건을 기록했지만, 그때는 신규 개업건수가 한해 2만건에 달해 매년 5000곳 정도씩 순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는 한 지역에서 문을 닫더라도 다른 곳에서 새로 사무실을 차렸고 새로 시장에 진입한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예 공인중개업 자체를 그만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소의 줄폐업은 주택거래가 크게 위축된 탓이 크다. 공인중개업소는 매매나 전·월세 거래를 중개하고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금액별로 0.4~0.7% 상한) 이내의 수수료로 받는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면 수입이 늘지만 부동산 거래가 줄면 수입이 쪼그라드는 구조다.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기 전이었던 지난 2020년 전국의 월평균 주택거래량은 16만4000건 정도였다. 가장 많았던 2020년 7월에는 22만3118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올해 1~9월에는 전국의 월평균 주택거래량이 7만7310건에 불과했다. 3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거래량이 줄어든만큼 공인중개사의 수입도 급감했다. 지난 2020년 고용노동부 워크넷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의 연수익은 평균 3600~4000만원 수준이었다.
주택거래량이 당시의 2분의 1 이하로 줄었으니 수입도 비슷하게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공인중개사는 "월 200만 원도 벌기 힘들다는 곳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공인중개업소가 2만6508곳에 달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올들어 한 차례도 4000건을 돌파하지 못했다. 개업 공인중개업소 7곳 중 6곳은 한달간 아파트 매매거래를 1건도 중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전세사기·깡통주택 사태' 여파로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가 위축된 점도 공인중개업소에 타격이 됐다.
돈을 못벌어도 상가임대료, 각종 공과금, 광고료 등을 꼬박꼬박 내야 하니 폐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 홉페이지 게시판에 '중개업소를 양도하겠다'며 게시된 글은 10월 1022건이었고 이달 들어 이날까지 952건으로 통상 800건 내외에서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업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공인중개사사무소 개·폐업 수 증감을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선행 지표로 분석한다"며 "작금의 줄폐업은 향후 상당기간 시장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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