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국 주식 사세요?"…美日로 몰려가는 개미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1-16 18:00:30
거품 경제 시절 최고치에 가까워진 닛케이지수
연초 한국 증권시장이 부진하다. 일본은 대조적으로 활황세다. 뉴욕증시도 S&P 500이 역대 최고치 경신을 노리는 등 호조세다.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떠나 미국, 일본 등 해외로 향하는 흐름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기관투자자 합산)는 이달 초부터 12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584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 6436억 원, 12월 2조541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가 새해 들어 반전했다.
같은 기간 일본 주식은 74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전체 순매수액(83억 원)의 9배에 달한다. 반면 코스피시장에선 2조351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상반된 움직임은 주가 흐름에서 비롯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12일까지 일본 닛케이지수 상승률(6.3%)은 G20(주요 20개국) 증시 중에서 아르헨티나(11.1%)와 튀르키예(6.9%)에 이어 3위다.
뉴욕증시의 S&P 500은 12일(현지시간) 4783.83으로 장을 마감, 연초 이후 0.29% 올랐다. 이번 주 내로 지난 2022년 1월 7일 기록한 4818.62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을 거란 기대감이 높다.
코스피는 울상이다. 같은 기간 4.9% 떨어져 G20 증시 가운데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코스피는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전날 소폭(+0.04%) 반등했지만 이날 다시 1.12% 내려 2497.50를 기록했다. 2500선이 무너진 것이다. 2500선 하회는 지난달 7일 이후 1개월 여만이다.
한국 증시 부진의 이유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 지정학적 우려, 기업 실적 쇼크 등이 꼽힌다.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 대비 3.4% 올랐다. 전달(3.1%)보다 0.3%포인트 뛰었고 시장 예상치(3.2%)도 웃돌았다. "3월 기준금리 인하는 너무 이르다"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도 이어지면서 금리인하 기대감도 식었다. 그간 3월 인하를 바라며 움직이던 시장은 기대가 사라지자 지속 하락세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외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적대적 발언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석되며 해외자금 이탈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 실적까지 저조하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3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대비 69.6%에 그쳤다. 잇따른 '실적 쇼크'에 증권사들은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기업 실적 쇼크가 크다"며 "한동안 2500선 주변을 맴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는 지난해 말의 랠리 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탄탄한 흐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이 식은 건 뉴욕증시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나 금리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쏠리기 마련"이라며 "국내 증시보다 안전자산으로 거론되는 뉴욕증시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다"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델타항공 등 기업 실적도 준수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웰스파고의 투자연구소(WFII)가 올해 말 S&P 500이 4800∼50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닛케이지수는 역사적인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34년 만에 3만5000선을 돌파하더니 전날에는 장중 3만6000선도 넘었다.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이후 33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엔화 약세 기대감, 반도체기업 실적 호조,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통한 개인투자자 매수세 유입 등이 상승 동력으로 꼽힌다.
당초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 종료 시점이 이달 내로 예상됐으나 지난 1일 노토반도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바뀌었다. 대지진 영향으로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저가 한동안 지속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또 일본 정부는 가계의 금융 자산을 투자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인 NISA를 더 시장 친화적으로 바꿨다. 연간 투자 상한액을 인상하고 비과세 기간도 무기한으로 늘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거란 예측이 파다하다"며 "고객들에게 일본 주식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지수 역대 최고치는 1989년 10월 기록한 3만8915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5, 6월 일본 기업의 실적발표와 자사주 매입 공표가 이어지면서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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