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뇌관 '비주택 부동산'…"부실 위험 높아"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09-20 17:53:04
부동산 경기 악화에 투자자·건설사 모두 골칫거리
신탁PF 위험 건설사 주력분야 중 아파트는 24%뿐
올해 2분기 아파트 가격이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의 먹구름이 여전한 분위기다.
세간에서 아파트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시장의 뇌관은 '비주택 부동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어 위험 수준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건설사와 투자자들에게 큰 부실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20일 국토교통부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축허가 19만6477건 중 주거용은 6만9158건(35.2%), 상업용은 7만5941건(38.7%)이었다. 많은 일반인들이 건설사를 '아파트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통념과 달리 비주거용 건축 비중이 훨씬 높다.
상업용 건축허가 건수는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주거용보다 적었지만, 2021년에는 상업용 건축허가 건수가 주거용을 역전한 뒤 작년에는 격차가 더 커졌다. 부동산 활황기 주택 규제를 우회하는 투자처로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고, 이를 반영해 건설사들이 우후죽순 건축허가를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상업용 부동산이 만들어지는 동안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점이다. 당시만 해도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투자는 낮은 투자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다주택자 규제도 피할 수 있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사려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미분양이 쌓였고, '마피(분양가보가 낮은 매매가)'도 속출하고 있다.
비주택 부동산의 경우 제대로 된 미분양 현황이 집계되지 않는다. 정부가의 미분양 통계에도 빠져 있다. 분양을 받은 이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온 매물을 통해 현재 상황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에서 진행된 경매는 총 168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0%(338건)이 상가,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주거시설'이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20~2021년 분양·착공 물량이 많았던 만큼 투자자와 건설사들의 손실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임대인을 구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월세가 대출이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 그마저도 임대인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수익률을 생각하면 구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아예 없는 상태"라며 "부동산 시장이 고점이었을 때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투자 붐이 일며 돈이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폭탄이 터지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비주택 부동산에서 시작된 부실이 건설업계의 줄도산으로 전이될 위험까지 거론된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달 1~11일 부동산 신탁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우발채무를 갖고 있는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공사에서 아파트 비중은 23.9%에 불과했다. 그 외는 오피스텔(26.1%), 지식산업센터(15.2%), 생활형숙박시설 등(19.6%) 등이었다.
건산연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약 70%가 PF 채무를 인수할 경우 무너질 위험에 놓여 있고, 상당수는 6개월 이내에 채무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며 "최근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고 주택 부문이 개선되면서 건설사들도 이제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생각보다 비주택 부문의 위험이 굉장히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건설사 한 곳이 평균 4개의 사업장을 갖고 있는데, 사업장마다 300억 원 정도씩 자금이 투입돼 있다고 가정하면 업체 당 12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물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밖에 있는 중소건설사 중 70% 정도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실이 심화돼 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으려면 비주택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회복돼야 하겠지만, 당분간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는 "많은 돈이 아파트가 아닌 부동산에 물려 있고,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업계에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지금은 부실해진 사업을 털어내느라 정신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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