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상황보고 한 장으로 엎질러진 '폭탄주' 덮을 수 있나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 2025-07-26 17:38:41
"근무시간에 문의하면 좋겠다. 저도 사생활이 있다"고 딴전
경기북부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고 이에 따른 비상근무가 계속되던 지난 18일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관내 어린이집연합회 임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신 것에 대한 보도가 25일 나간 뒤 '언론보도 관련 사실 상황 및 향후 계획 보고'라는 문건이 등장했다.
누군가 급하게 만든 이 보고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이 비상근무 중에 예고 없이 관련 단체 식사에 참석해 무분별하게 마신 폭탄주의 자국을 보고서 한 장으로 덮어 보려 했던 것으로 비친다.
이 보고서는 어린이집연합회 임원들의 공식적인 저녁 자리에 끼어든 김 시장이 반주를 곁들인 시간대가 비상근무 1단계가 해제된 상태였던 것으로 꿰어 맞췄다.
재난상황실 운영과 전혀 상관없는 여성보육과에서 작성한 이 보고서가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 문제의 18일 오후 4시는 호우주의보가 잠시 해제된 상태였다. 그런데 보고서는 비상근무 1단계가 해제된 것처럼 조작했다.
기자는 기사를 보도한 뒤 의정부시 공보관격인 시민소통과장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시장이 그날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지금 확인해보니 호우주의보가 잠깐 해제된 상태였더라"면서 "기사를 내리지 않으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재차 확인 작업에 나섰다. 의정부시 사회재난팀과 자연재난팀에 전화를 걸어 호우주의보 해제 시점, 비상근무 인원 등을 자세히 취재해 김 시장이 비상근무 시간에 폭탄주를 마신 것은 사실이라고 추가 보도했다.
또 후속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27일 시민소통과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여성보육과 보고서를 근거로 전날 기자에게 호우주의보가 해제된 상태였다고 반박한 것인가' 등을 물었다.
그 과장은 "구체적인 데이터는 시민안전과에 정확하게 있다"면서 "업무 관련 사항이면 근무시간에 문의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사생활이 있습니다"고 답했다. 정작 여성보육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딴전을 부렸다.
기자는 "주말이지만 (과장이) 내게 기사와 관련해 어떻게 조치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있어 기사 작성을 위해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장은 "향후 계획은 내부 검토 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에 이어 연일 폭염으로 비상 2단계가 다시 발령된 상황에서 공보과장 내지 시민소통과장은 관련 내용을 제때 전파해야 한다. 그는 그러나 취재 기자에게 주말이라는 이유로 자신과 관련된 취재조차 외면했다. 의정부시 공무원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 배경이 뭔지 궁금할 따름이다.
KPI뉴스 /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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