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모기지' 올해도 얼추 50조…'시장 기능' 왜곡 우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1-24 17:53:09

보금자리론 공급 줄지만 신생아론·적격대출 합하면 지난해 수준
적절한 정책모기지, 안정적 서민 주거 뒷받침하는 순기능 있어
과도한 모기지 공급은 시장 왜곡…"제한된 지원범위서 운영해야"

정부가 주택구입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공급하는 정책모기지가 올해도 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 증가를 의식해 고삐를 조이는 모양새이지만 실상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24일 국토교통부와 주택금융공사, 부동산 업계 등을 종합하면 정부는 올해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를 10조 원 가량으로 줄일 계획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다. 

 

하지만 전체 정책모기지 규모는 약 50조 원에 달해 작년 수준을 오히려 능가할 전망이다. 

 

정책모기지는 '정책'과 '주택담보대출'의 합친 용어다. 정부가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당초 지난해 공급한 4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합친 상품이었다. 이달 말 취급이 중단되면 다시 종전의 두 상품으로 분리되는 수순을 밟는다. 

 

▲ 연도별 보금자리론 판매실적 추이. [주택금융공사 제공]

 

적격대출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한해 평균 12조원씩 판매된 바 있다. 적격대출 상품을 다시 취급한다면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약 10조 원 정도는 팔릴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약 27조 원 규모로 공급될 예정이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판매 예상금액을 합하면 정책모기지 규모가 약 50조 원인 셈이다. 

 

적절한 정책모기지는 민간 부동산금융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민의 안정적 주거를 뒷받침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공급되면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 없던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의 가격이나 구조를 왜곡하는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정책모기지는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대표적인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 판매금액은 2018년 약 8조 원에서 2019년에는 28조 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 36조 원 △2021년 23조 원 △2022년 17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한시적으로 도입되면서 43조 원을 기록했다.

 

▲ 보금자리론 누적 판매실적 증가 추이. [주택금융공사 제공]

 

부동산 호황기에는 정책모기지 확대가 집값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있다. 서민을 위해 추가적으로 공급한 유동성이 고스란히 집값에 반영되면, 다음 수요자에겐 더 많은 정책금융이 필요해지고 이것이 다시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대출 형태의 '공적보조'가 과도하게 공급된 결과 그만큼 가격이 높아졌다"며 "서민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겠다는 당초 정책모기지 취지와는 반대로 서민의 주거가 되레 불안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공급 규모가 늘면서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선별적으로 사용돼야 할 정책모기지 지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는 점도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판매된 특례보금자리론과 올해 공급되는 신생아 특례론의 소득요건은 부부합산 1억3000만 원으로 높다. 이는 통계청의 소득분위 중 가장 상위 계층인 5분위의 월평균 가구소득(1억5598만 원)에 가깝다.

 

이호진 제주대 부동산관리학과 교수는 "아무나 정책모기지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다면 가격을 밀어 올리거나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지원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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