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덕 금융그룹 '활짝'…KB·신한·하나금융 '역대 최고' 실적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7-25 17:53:49
은행 '웃음'·비은행 '우울'…"경기침체·대출규제 영향"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덕에 대형 금융그룹들이 활짝 웃었다.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은행만은 고수익을 내면서 대형 금융그룹 다수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0조3254억 원으로 전년 동기(9조3451억 원) 대비 10.5% 늘었다.
금융그룹별로는 KB금융그룹이 상반기 당기순익 3조4357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7744억 원)보다 23.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그룹(3조374억 원)은 10.6%, 하나금융그룹(2조3010억 원)은 11.2%씩 증가했다. 세 금융그룹 모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순익을 기록했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우리금융그룹 실적만 뒷걸음질쳤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당기순익 1조5513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줄었다.
KB금융은 1분기 2090억 원이었던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3983억 원으로 늘리며 금융권 왕좌를 굳히는 모습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권 1·2위가 굳어진 듯하다"며 "추가적인 인수합병(M&A) 없이는 신한금융이 역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그룹 내부적으로는 은행과 비은행 간 희비가 엇갈렸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익 2조18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2조2668억 원)은 10.4%, 하나은행(2조851억 원)은 19.1%씩 늘었다. 우리은행(1조5570억 원)만 7.0% 감소했다.
비은행 계열사들은 대체로 부진했다. KB금융 내 KB증권(3389억 원)은 9.9%, KB손해보험(5581억 원)은 2.3%, KB국민카드(1813억 원) 29.1%씩 줄었다. 하나금융 내 하나증권(1068억 원)은 18.6%, 하나카드(1102억 원)는 5.5%씩 순익이 감소했다. 우리금융에서도 우리카드(760억 원)가 9.5%, 우리금융캐피탈(670억 원)은 16.3%씩 후퇴했다.
4대 금융그룹 중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들은 선전한 편이었다. 신한카드(-35.0%) 외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은 순익이 늘었다. 신한투자증권은 당기순익 25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했다. 신한라이프(3443억 원)도 10.0% 늘었다.
은행과 비은행 희비가 엇갈린 이유로는 경기침체와 대출규제가 겹친 영향이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도 내수 산업이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0% 달성도 어려울 정도의 경기침체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은행만은 대출규제 덕에 개가를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른다는 명분으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규제는 대출금리를 일부러 올려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금융당국 의향에 발맞춰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할수록 은행 대출금리는 뛴다. 동시에 은행 이익도 늘어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7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여전히 은행 대출금리가 작년 6월 말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그만큼 대출규제가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한은 금리인하분을 대출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로 상쇄한 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 수익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그야말로 금융당국이 떠멘 평교자 위에 앉아서 편하게 돈 버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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