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저신용자란 이유로 보험 가입 배제는 어불성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9-01 17:35:24

메리츠화재, KCB서 자료 받아 저소득·저신용자 배제
금감원 지침 위반…조속히 사태 파악해 조치 취해야
보험설계사들도 불만…"보험영업에 애로사항 꽃피워"

메리츠화재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로부터 얻은 자료를 활용해 저소득·저신용자의 보험 가입을 배제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저소득·저신용자란 이유로 보험 가입을 배제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선이 다수다. 보험설계사들도 "보험영업에 부담만 가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단지 저소득·저신용자라 해서 보험 가입을 배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위험에 대비해 미리 안정을 보장받고 싶어 보험상품에 가입하려는 걸 막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메리츠화재 본사. [메리츠화재 제공]

 

KPI뉴스는 지난달 28일 '메리츠화재, 저신용자 보험가입 배제…내부서도 "부당한 차별"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KPI뉴스 취재에 따르면 KCB는 메리츠화재에 '소득추정서비스분석' 문서를 제공했다. 이 문서에서 KCB는 은행·카드사에서 수집한 약 112만 명의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약 12만 명은 특히 소득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CB는 소득분석 자료를 활용해 저신용자(신용등급 9~10등급) 및 저소득자(연 3000만 원 이하)를 선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월 평균 12명 이상의 '방문적부 대상자'를 추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적부란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실태를 직접 확인하는 조사다. 보험사기 방지 명목의 현장조사가 주된 취지지만 실제로는 가입거절을 위한 절차로 작용한다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자료를 포함해 메리츠화재의 행태를 KPI뉴스에 제보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신용정보를 토대로 만든 소득추정 자료를 실제 심사 프로세스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신용정보를 활용해 저신용·저소득자의 보험 가입을 배제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거칠게 비유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보험사기범이란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메리츠화재 내부에서도 명백히 부당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메리츠화재의 행태는 "개인 신용등급만을 토대로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결정하지 말라"는 금융감독원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금감원이 사태 파악에 조속히 나서 메리츠화재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침을 위반했음에도 금감원이 수수방관하면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의 신속한 사실 확인 및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행태에 현장에서 보험영업을 담당하는 보험설계사들도 불만을 표한다. 보험설계사 A 씨는 "저소득·저신용자라 해서 보험에 가입할 권리조차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소득·저신용자의 수가 적지 않은데 이들을 처음부터 배제한 채 영업하라는 건 과도한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 B 씨도 "불필요하게 보험영업에 애로사항을 꽃피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소득·저신용자를 배제하라는 기준을 정한 자들은 아마 현장에서 보험영업이 얼마나 힘든지 전혀 모르는, '책상물림'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보험설계사들은 대개 한 명의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기까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다. 보험상품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고객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골라 설계한다. 최종적으로 다시 자기가 설계한 상품을 안내하며 설득한다.

 

B 씨는 "힘들게 고객 한 명을 설득했는데 저소득·저신용자란 이유로 본사에서 거절하면 기운이 쏙 빠질 것"이라고 머리를 저었다. 그는 "이런 행태를 보이는 보험사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실제 상황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답변은 피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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