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ELS·부동산PF가 남긴 교훈…"호황때 리스크관리"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2-26 17:55:07
은행, ELS 보상률 높을까 '전전긍긍'…1900억 벌고 수 조 물어내야 할 수도
금융권 주가연계증권(ELS)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넣은 ELS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상반기에만 10조2000억 원, 연간으로는 15조4000억 원 규모다. 총 손실액이 약 7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천문학적 피해액에 금융당국은 철저한 현장검사에 나서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LS를 판매한 금융사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DLF 사태'나 '라임 사태'에서도 금융당국은 피해자 보상을 요구했고 금융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놔야 했다.
고령층 최초 투자자에게 가장 많은 보상률을 적용하는 등 차등 보상이 유력하다. 최대 보상률은 지난 2019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때처럼 70~80% 수준에 이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마 평균 보상률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홍콩 ELS' 판매잔액은 총 14조4000억 원이다. 손실률 50%에 손실금 50%를 보상한다면 5대 은행이 물어줘야 할 돈은 약 3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2023년 5대 은행의 홍콩 ELS 판매 수수료 수입은 1866억 원이다. 자칫 번 돈의 스무배 가량이 나갈 위기가 닥친 것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PF로 골치를 앓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총 27조6000억 원이다.
증권사들 PF대출 연체율은 13.83%로,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왔다. 또 전체 익스포저 중 44%는 상환 우선권을 가질 수 없는 중·후순위 대출이다. PF사업장이 쓰러지면 막대한 손실이 뒤따를 수 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미분양이 빈발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고위관계자는 "4·10 총선거 후 PF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라며 "총 손실 규모가 80~9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과 증권사가 위험에 처한 데는 ELS를 너무 많이 팔고 부동산PF를 너무 많이 한 게 치명적이었다.
KB국민(7조8000억 원), 신한(2조4000억 원), NH농협(2조2000억 원), 하나은행(2조 원)은 조 단위로 ELS를 팔았다. 우리은행은 400억 원에 불과해 5대 은행 중 가장 여유만만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DLF 사태시 막대한 보상금을 내놓아야 했던 아픈 기억 때문에 ELS 판매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 수준이던 저금리 시대에 연 4% 이자를 제공하는 ELS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잘 팔린다고 쭉 가다가 위험에 처한 것이다.
부동산PF는 증권사보다 은행과 보험사의 규모가 훨씬 크다. 하지만 은행·보험사는 대부분 선순위채권이고 보증보험도 끼고 PF를 실시해 위험성이 낮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폭등했으니 부동산PF도 크게 성행했다. 당시 부동산PF는 증권사 등에서 안전하면서 수익률도 높은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규모를 마구 늘린 탓에 부실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쓰러질 수 있다는 흉흉한 소식도 들린다.
"호황기에 불황을 대비하라"는 격언이 있다. 시장 흐름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호황기라고, 지금 잘 나간다고 무작정 많이 팔거나 대출 규모를 늘리는 건 도박에 가깝다. ELS와 부동산PF는 "호황기에 리스크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