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동산 포퓰리즘' 자극하는 권한대행 정부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4-29 17:58:27

1억으로 10억짜리 내 집 마련?…'초고레버리지 투자'
韓 출마 유력한데…'사실상 선거캠페인' 의심마저
한 달 후 대선…新정부가 뒤엎으면 시간·자원낭비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부동산 포퓰리즘'인가.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부와 개인이 주택의 소유 지분을 나눠 갖는, '지분공유형 모기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개인이 자기 돈 1억 원을 내고 은행 대출로 4억 원을 조달하면 나머지 5억 원은 주택금융공사가 지분 형태로 투자한다. 이때 주택을 구입한 개인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내듯 주금공에 일종의 주택 사용료를 지불한다.

 

언뜻 보면 솔깃하다. 내 돈은 집값의 10%밖에 들지 않지만 집값이 오르면 상승분의 절반이 내 몫이다. 집값이 10% 올랐다면 투자수익률이 50%이고, 20% 올랐다면 100%다. 게다가 주금공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해도 리스크가 전혀 없다. 레버리지에 따른 이득은 개인이 누리고 그에 따르는 위험은 공공이 떠안아 주는 구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분들이 집을 구매하기 어렵다"며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등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꺼낸 실상 주택 시장에 불쏘시개로 작용한 사례가 많다. 이번에도 정부가 '무위험 초고레버리지 투자'의 판을 깔아주는 셈이니 마찬가지 현상이 우려된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시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을 사실상 '부동산 부양'으로 본다. "수요가 없는 곳에 수요를 만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거나 "정책기관 레버리지를 이용해 집을 사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는 지적이다. "리먼 위기를 스스로 만들려고 하느냐"(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강한 비판도 나온다. 정책 효과로 집값이 들썩이면 '서민의 주거'는 더욱 불안해진다.

 

지나친 가계부채가 소비 부진을 야기하는 걸 막으려는 가계부채 관리 취지에도 어긋난다. 지분공유형 모기지는 법적으로는 '대출'이 아니나 실질적으로 매달 주금공에 사용료를 내야 하니 원리금이 나가는 대출과 효과가 비슷하다. 즉, 지분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한 소비자가 사용료 부담 탓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우회통로를 제공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공석이다. 현 정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스스로 언급했듯 최대한 현상유지에 힘써야 할 '과도기 행정부'다. 자칫 경제·사회적으로 커다란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는 부동산 가격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한 대행 본인의 출마설이 파다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나 부양책은 항상 선거 시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 의지는 '사실상의 선거캠페인'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 정책이 발표되고 실제 시행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불과 한 달여 후면 대선이다. 기껏 힘들여 추진해도 새 정권이 뒤엎으면 자원 낭비, 시간 낭비에 그칠 수 있다. 경제·사회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차기 정권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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