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진에 각박해진 건설업계…곳곳서 '다툼·분쟁'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1-06 17:24:43

한양-롯데건설 지분싸움 정면충돌…쌍용건설도 초과공사비 시위
"보기 드문 일…그만큼 건설업계 각박해진 상황이라는 뜻"
당분간 건설업황 부진 계속될 전망…"내년까진 비슷할 것"

건설업계 곳곳에서 다툼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개발사업 자리를 두고 이름난 건설사끼리 정면 충돌하는가 하면, 발주처와 공사비 갈등을 겪던 건설사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인 일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건설경기 부진으로 업계가 각박해진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 고양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6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서구 금호동·화정동 일대에 공원과 공동주택을 짓는 총 사업비 2조원 규모의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두고 한양과 롯데건설이 싸우고 있다. 

 

건설사 사이에 보기 드문 지분다툼이다. 2772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사업이 걸린 일인데, 두 회사 모두 자신이 사업 시행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 측은 롯데건설의 지분취득 과정이 '금융사기'고 주장한다. 한양은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우빈산업 지분 25%를 한양에 양도하라는 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에 롯데건설이 이를 사들였다는 점에서다. 반면 롯데건설은 합법적인 지분 취득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양과 롯데건설 모두 굽히지 않는 상황이라 대형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도 크다.

 

지난 1일에는 쌍용건설 임직원이 KT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KT 판교사옥 초과 공사비 171억 원을 달라는 시위였다. 유명 건설사가 대기업 발주처를 상대로 장외시위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쌍용건설은 이날부터 KT 판교사옥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돌입한 상태이며,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다툼의 발단은 '물가변동 배제특례' 조항이다. 물가가 변하더라도 미리 계약했던 금액으로 공사한다는 내용이다. 쌍용건설은 그냥 감내하기에 지난 몇 년간 원가상승폭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코로나19 같은 천재지변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변수가 있던 만큼, 특약 조항을 고수하는 것은 'KT의 갑질'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평소엔 서로 적당히 양보하면서 타협했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한 건설사 임원은 "보통 회사 입장에서도 소송이나 싸움이 알려지면 여러모로 볼썽사납기 때문에 가급적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며 "지금은 여러모로 어렵고 민감해진 시기라 전에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추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제공]

 

업계 분위기가 팍팍해진 것은 결국 업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4.8포인트였다. CBSI는 건설사들이 판단하는 경기상황을 나타낸다. 지수가 기준(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다. 60선 중반 수준은 비관적인 경기인식을 보여준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몇 년 전 공사계약을 맺었던 업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가 가시화되는 구조인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신규수주마저 위축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더욱 진퇴양난인 상황"이라며 "전체 시장의 먹거리가 줄어드는 상황에거 지금 당장 챙길 수 있는 밥그릇은 더 확실하게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분쟁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산연은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예상한다. 박 연구위원은 "결국 금리가 좀 내려가고, 주택가격이나 개발수익이 높아져야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금리 수준이 금방 떨어질 것 같지도 않고, 분양시장이든 개발사업이든 당장 좋아지기도 어려워 적어도 내년까지는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결국 내년까지도 팍팍한 분위기 속에 분쟁과 다툼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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