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배임?…하이브 주주들 "시총 1조 날린 방시혁이 배임"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4-29 17:30:42
"조용히 처리 가능한 일을 외부에 터뜨려…주주 손해 물어내야"
하이브는 29일 전거래일 대비 1.74% 오른 20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약간 회복되기는 했으나 배임 논란이 터지기 전인 지난 21일(23만500원)보다는 폭락한 수준이다. 이 기간 중 주가가 2만5500원(-11.1%)이나 떨어져 하이브 시가총액 약 1조600억 원이 증발했다.
발단은 지난 22일 하이브 측에서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고 밝힌 것이다.
어도어는 하이브 소속 독립레이블 중 하나다. 하이브는 여러 독립레이블을 만들어 다양한 음악과 콘텐츠를 추구하는 멀티레이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독립레이블은 어도어 등 총 11개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 내부 문건과 카톡 자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담에 불과할 뿐,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또 "내 지분이 겨우 18%라 애초에 경영권 찬탈이 불가능하다"며 자기를 몰아내려는 음모라고 비판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측 대립은 경업금지 조항 수정을 두고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민 대표는 하이브와 체결한 어도어 주주간계약(SHA)에 불합리한 조항이 있다며 작년 11월 수정을 요청했다.
민 대표가 원한 건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주식이 한 주라도 남아있거나 대표이사로 있으면 '경업이 금지된다는 조항'(고용계약을 맺을 때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완화해달란 것이었다. 민 대표는 어도어 지분 18% 중 13.5%에 대해선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말 하이브에 되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4.5%엔 풋옵션이 없어 하이브가 사주지 않을 경우 영원히 어도어에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하이브는 경업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대신 민 대표의 의무재직 기간을 현행 5년(2026년 11월)에서 8년(2029년 11월)으로 늘리자고 역제안했다. 그러자 민 대표는 대신 풋옵션 행사 시의 주가 계산에 적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13배에서 20배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다. 풋옵션 행사에서 적용되는 배수를 높일수록 해당 기업의 주가는 높게 평가된다. 지난해 어도어 영업이익 265억 원에 PER을 20배로 적용할 경우 어도어의 기업가치가 약 5400억 원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민 대표는 풋옵션 행사를 통해 약 1000억 원의 주식 매각대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 요구를 거절했고 둘 사이 대립은 점점 심화됐다. 결국 하이브가 민 대표를 고발하면서 상황은 파국에 이르렀다.
어도어 지분의 80%는 하이브가, 18%는 민 대표가, 나머지 2%는 민 대표 외 어도어 임원진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어도어에는 최고 인기 걸그룹 중 하나인 뉴진스가 소속돼 있다. 민 대표와 하이브의 대립이 뉴진스에도 악영향을 끼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하이브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민희진 배임 논란'이 터진 22일 하루에만 하이브 주가 1만8000원 폭락했다. 23일에도 2500원 떨어진 뒤 24, 25일 약간 회복되기는 했으나 하이브가 민 대표를 고발한 26일 다시 1만500원 급락했다. 이 사건으로 하이브 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논의한 내부 문건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했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배임죄 성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임은 경영권 찬탈을 실제 실행해야 성립되지, 논의만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또 "오히려 하이브 주가 폭락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방 의장과 하이브 측에 배임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 주주 A 씨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해도 될 일을 외부에 터뜨려 크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시총 1조 원을 날린 방 의장이야말로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하이브 주주 B 씨도 "민 대표를 몰아내고 싶으면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취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며 "주주들이 입은 손해를 하이브와 방 의장이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이브 입장문을 봐도 민 대표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도리어 어도어의 노하우를 마음대로 다른 계열사(빌리프랩)에 적용한 게 하이브나 방 의장 측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 대표는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 컨셉을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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