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당국 경영개입 기로…보험업계 '사모펀드 잔혹사'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7-24 17:12:21
보험업 진출한 사모펀드 번번이 고배…"구조적으로 안 맞아"
자본건전성 악화로 진통을 겪고 있는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위험에 처했다. 과거 KDB생명과 MG손해보험에 이어 또 다른 사모펀드(PEF) 보험사 투자 실패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정례회의에서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당국이 건전성이 악화된 금융기관에 개입해 단계적인 개선을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행정조치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잠정등급 4등급(취약)을 결정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이 경우 금융당국이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예외모형 기준 119.9%로 권고기준인 130%에 미달한다.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킥스가 94.8%까지 떨어져 의무기준인 100%를 밑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킥스비율이 3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만약 롯데손보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가 결정된다면 2018년 MG손보 이후 7년 만이다. 롯데손보가 받게 될 수 있는 경영개선권고는 가장 낮은 단계이지만 자본금 증액이나 사업비 감축, 부실자산 처분 등의 의무가 따른다. 회사와 상품의 이미지 악화 등을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도 회사에 타격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롯데손보에 뾰족한 자본확충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롯데손보의 대주주는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다. 사모펀드는 여러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 모은 돈을 한정된 기간 동안 운용한 뒤 투자수익금을 배분하는 구조다. 투자금을 늘리면 전체 수익률은 떨어진다. 롯데손보의 킥스비율이 크게 악화하는 동안 가만히 있던 투자자들이 지금처럼 상황이 더 나빠진 뒤 갑자기 추가 손실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만약 경영개선조치 이후에도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거나 건전성 악화가 지속된다면 다음 단계인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등으로 점점 당국의 개입이 강해진다. MG손보는 2018년 지급여력비율(당시 RBC비율, 현재는 K-ICS비율)이 준수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해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후 자본확충 요건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점점 높은 조치를 차례로 받았고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대로 가면 롯데손보도 KDB생명과 MG손해보험에 이어 보험업계의 '사모펀드 잔혹사' 사례로 남게 된다.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대주주였던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KDB생명도 KDB칸서스밸류가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산업은행이 어쩔 수 없이 인수해 골칫거리가 돼 있는 상황이다.
잇단 투자 부진 사례에 대해 애초에 사모펀드와 보험산업의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보험업은 '장기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지난 5월 긴급 브리핑 당시 "롯데손보가 다른 보험사와 다르게 지배구조가 재무적투자자로 구성돼 있어 장기적 안정성보다 단기적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사모펀드 대주주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은 자산운용 주기가 수십 년으로 길기 때문에 사모펀드 같은 단기 성격의 자금이 들어와 회수해 나가기 쉽지 않다"며 "다른 산업처럼 구조조정 등으로 단기적으로 비용을 통제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를 향한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강화되는 중이다.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금융사들의 매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당국의 대주주 인가가 보수적으로 변할 듯 하다"며 "향후 인수합병 매물이 나와도 잠재적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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