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입에 환율 급락…'美 관세 위법' 판결시 하향안정화될까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2-24 17:39:54

기재부 "강력 의지 확인할 것"…1483.6원서 1449.8원으로 33.8원↓
美 연방대법원, IEEPA 기반 관세 위법 여부 심리…'위법 판결' 기대감
"관세가 위법이면 韓美 무역합의도 재협상하거나 일방적 종료 가능"
"연간 200억 달러 對美 투자 의무 사라지면 달러화 수급 안정될 듯"

천장을 뚫을 기세이던 원·달러 환율이 24일 외환당국 개입으로 급락했다. 일단 진정 조짐이 보였으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외환시장 일각에선 미 연방대법원이 원화 하락을 막을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를 연방대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할 경우 한국은 연간 200억 달러 대미 투자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급락한 144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2일 1480.1원을 기록해 4월 9일(1484.1원)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1480원 선을 넘은 환율은 전날에도 3.5원 더 올랐다. 이날 역시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4.9원으로 개장해 불안한 기운이 커지자 당국이 고강도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특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의 메시지는 즉각 확실한 효과를 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 초반까지 환율 레벨이 너무 한쪽으로 쏠린 상태였다"며 "당국 개입에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 연말 환율이 1450원대로 안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물론 낙관은 섣부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미 금리 역전, 높은 통화량 증가율,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달러화를 움켜쥐고 풀지 않는 수출기업 등 환율 상승 요인들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수급 불균형과 적은 거래량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 개입이 겹쳐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환율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출기업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면 연말까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이 구두 개입뿐 아니라 실제 달러화 매도 물량도 시장에 풀어놓은 듯하다"며 "그러나 과거 경험을 볼 때 당국 개입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 전망이 엇갈리면서 연방대법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각종 관세의 위법 여부를 심리 중이다. 내년 초면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릴 거란 기대감이 꽤 크다. 미국 헌법 제1조 8항은 '관세 및 세금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행정부 판단만으로 각종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위법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도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5일 연방대법원에서 진행된 구두변론에서도 대법관 다수가 관세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행정부 논리에 의구심을 표했다.

 

헨리에타 트레이즈 베다 파트너스 분석가는 "대법원에서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수십만 개의 제품 라인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일시에 소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코스트코, 레블론, 범블비 푸즈, 레이밴 제조사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모든 관세를 환급해달라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시장에서 관세 환급권이 하나의 금융상품으로까지 매매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9일 '미국 IEEPA 관세 소송 전망 및 관세 환급 대응전략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에서도 위법 판결 기대감이 커지는 흐름이다.

 

만약 위법 판결이 나오면 상호 관세 등 각종 관세를 낮춰주는 대가였던 한미 무역합의도 의미를 잃는다.

 

권병규 법무법인 인화 외국변호사는 "한미 무역합의는 애초 업무협약(MOU)일 뿐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관세 위법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 측에서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인 무역합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일본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무역합의가 무효화되면 매년 200억 달러씩 미국에 투자할 필요도 없어진다. 막대한 달러화 유출 압력이 사라지면 그만큼 원·달러 환율도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현재 외환당국이 보유한 외화자산으로는 연간 200억 달러 운용 수익을 내기도 빠듯하다"며 "전례 없는 외화 유출 위협이 환율 변동성을 키운 주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미 투자 의무가 없어지면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가 가라앉고 수출기업들도 보다 편하게 달러화를 매도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향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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