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복 경호 탓에 '찢어진 졸업복' 입은 카이스트 학생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2-19 21:10:13

尹 축사한 카이스트 졸업식, '과잉경호' 이어 '민폐경호' 논란
경호원 수십명, 졸업복 쓸어가…학위복 부족에 졸업생 항의
일부 졸업생, 단추 떨어지거나 원단 찢어진 불량품 입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차 참석했던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경호원들이 '사복 경호'를 이유로 학위복 수십 벌을 쓸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바람에 졸업생 일부는 크기가 맞지 않거나 불량 상태의 옷을 입고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행사의 주인공인데, 되레 찬밥 취급을 받아 '과잉경호'에 이어 '민폐경호' 논란이 일고 있다. 

 

▲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SI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이 착석 중인 가운데 학위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9일 복수의 카이스트 졸업생과 학교 측에 따르면 졸업식 당시 학위복 대여 장소였던 대강당에서는 준비해둔 물량이 동나 학생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학교 측은 행사 며칠 전부터 대여신청 접수와 대여비 입금 절차를 진행했다. 필요한 물량이 사전에 집계됐기 때문에 절차대로라면 숫자가 부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 '돌발 변수'가 생겼다. 대통령실 경호원 수십 명이 사복 경호를 위해 학위복과 사각모를 가져간 것이다. 현장에선 혼란이 벌어졌다. 

 

한 졸업생 학부모는 이날 UPI뉴스에 "경찰버스 여러 대에서 내린 사복 차림의 수십 명이 학위복 대여 장소 쪽으로 들어갔다"며 "면바지나 티셔츠를 입고 있어 20대 학생처럼 보이는 외모와 옷차림이었고 족히 50명은 돼 보였다"고 밝혔다. 

 

졸업생들은 물량 부족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은 옷감이 찢어지거나 단추가 떨어져 따로 빼 두었던 '불량품'을 급히 들고 와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급한대로 자신의 치수에 맞지 않는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이 적잖았다. 석사 졸업생이 학사학위 복장을 대여한 경우도 있었다.

 

학위수여식 당일 행사장에는 실제로 학위복을 입은 다수의 경호원이 배치돼 있었다.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중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졸업생이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구회를 외치자 학위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가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행사장 밖으로 끌어내 '과잉경호' 논란이 일었다.

 

졸업생과 학부모는 당시 경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경호원의 '위장 잠입'이 경호상 필요한 조치였다고 해도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배려가 있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졸업생 A씨는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행사에 대통령이 초대된 것인지, 대통령 행사에 졸업생들이 초대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주객이 바뀐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카이스트 동문들이 '졸업생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호원들이 학부모 등 졸업생 가족의 이동과 입장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신체접촉을 동반한 실랑이도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생 B씨는 "졸업생 대기 장소 앞에 있던 부모님에게 (경호원이) '빨리 이동하라'며 고압적으로 지시했다"며 "손으로 밀치다시피 하면서 다툼이 생겼다"고 말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자녀의 졸업식을 참관하지 못해 불만을 터뜨린 가족들도 보였다. 

 

졸업생은 1명당 2매씩 동반가족 입장권을 받았는데, 이렇게 배부한 입장권을 소지하고도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행사장 안팎의 통제수준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 재학생과 졸업생 대다수의 증언이다. 

 

졸업생 C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모님이 (행사장에) 못 들어오셨고 이에 항의하자 '학교에 따지라'며 내보냈다"며 "행사장 입구에는 '아빠를 봐야 한다'며 우는 어린 아이도 있었지만 경호원들은 이들을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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