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위해 코인 뒷전?…"逆김치프리미엄 지속될 듯"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8-26 17:25:19

원화 스테이블코인·규제 개선 등 갈 길은 '구만리'
정부, '코스피 5000' 공약…주식에 더 신경쓰는 듯

"갈 길은 구만리인데 관계자들끼리 옥신각신하느라 출발조차 못 하고 있다."

 

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국내 코인 시장에 기대되는 호재는 많으나 좀처럼 현실화의 가닥은 잡히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간 이견이 큰 가운데 국내 코인 시장의 고질적인 유동성 부족 탓에 '역김치 프리미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코인보다 주식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6일 오후 4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11만10달러다. 원화로 약 1억5401만 원이다.

 

같은 시각 국내 최대 코인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1억5270만 원에 거래됐다. 국내 가격이 1% 정도 낮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요새 해외 거래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김치프리미엄 폭이 축소되긴 했는데 보통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1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 국내 코인 시장의 고질적인 유동성 부족 탓에 '역김치프리미엄'이 지속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원인으로는 규제로 인한 고질적인 유동성 부족이 꼽힌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국내 코인 시장엔 아직 현물 ETF가 출시되지 않는 등 기관·외국인투자자 참여가 제한적이라 사실상 개인투자자들끼리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버리지, 선물 투자 등도 하기 힘들어 개인도 해외 거래소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미국의 거래소, 기업, 정부, ETF 등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약 359만 개인데 한국은 22만 개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기대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코인 관련으로는 코인 현물 ETF 출시, 스테이블코인 도입, 블록체인기본법 등이 담겼다.

 

정부는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자 편익을 높이는 동시에 송금 등 지급결제 영역에서의 편의성을 제고해 통화의 디지털화 흐름에 선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고 기관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면 유동성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기관의 코인 투자액이 2030년까지 약 59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은 개인보다 거래 규모가 크며 단기보다 중장기 투자를 추구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꽤 크다. 외국인 참여 확대도 유동성 확충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갈수록 정부에 대한 블록체인업계의 기대는 식고 있다. 이야기만 무성할 뿐 제대로 추진되는 정책이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사 약 2500곳과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1000곳 등 총 3500곳에 투자·재무 목적 코인 매매를 허용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해체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해당 로드맵은 자연히 미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금융위 해체 위기는 넘긴 듯 하지만 언제 기관에 본격적인 코인 시장 참여를 허용할지는 기약이 없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만 무성하고 좀처럼 진전이 없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만 네 건인데 서로 내용이 다르다.

 

관련 기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달러화 스테이블코인까지 규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비은행에 허용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모두 심사해야 해 시간이 꽤 걸린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시행령까지 다듬으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지금처럼 중구난방으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는 상황에서는 논의만 하다가 여러 해가 훌쩍 지나갈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코인 시장 부흥에 큰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을 외친 만큼 코인보다 주식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업계에서는 코인 시장을 눌러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흐르는 걸 정부가 더 바라는 듯 하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고 했다. 그는 "현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은 한 역김치프리미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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