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 ELS' 자율배상…"과징금 경감으로 외국인주주 설득"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3-25 17:23:25
韓 풍토 이해 못하는 외국인주주들…"배임 이슈 피하려 노력"
우리은행을 필두로 은행권이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에 나선다.
은행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결정이나 배임 우려가 있어 외국인 주주 설득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5개 은행은 이번 주 내로 이사회를 열어 '홍콩 ELS' 자율배상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사회 승인이 마무리되면 다음 달부터 개별 투자자들과 실제 배상 비율 관련 협의가 시작된다.
평균 손실률 50%에 평균 손실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이들 5개 은행의 총 배상 규모는 2조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가벼운 부담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고 자율배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금융당국 눈치도 봐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은행이 먼저 치고나간 탓에 다른 은행들은 불만스러워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을 의결했다. 지난 21일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자율배상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은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이 후배들의 부탁을 받고 앞장선 것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홍콩 ELS 판매잔액이 415억 원 정도에 불과해 부담이 적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여러 모로 자율배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 입장도 고려해 '4·10 총선' 이전에 발표하자는 게 현재 금융권 흐름"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배임 이슈다.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가 지는 게 원칙이다. 판매사인 은행이 손실을 배상할 경우 그만큼 은행 이익이 줄어 주주들에게 손해가 나므로 주주들이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독특한 풍토를 아는 국내 주주들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 주주들은 쉬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0~70%에 달한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은행들은 일단 자율배상을 실시해 과징금을 경감받는 것이 오히려 더 이익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미 현장검사를 통해 여러 은행과 증권사에서 ELS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했다. 자율배상과는 별개로 금융사에 과징금 부과나 임원 징계 등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금융사가 잘못을 시인하고 고객 손실 배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제재의 감경 요소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자율배상을 외면하다가 무거운 제재를 받으면 은행에 자칫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 점을 강조해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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