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쏘아올린 '작은 공'…업계 곳곳서 '물가배제특약' 개선 목소리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1-01 17:48:58
최근 3년간 공사비 28.2% 상승…고스란히 손실에 반영
"공기업 성격 강한 KT, 관급공사 준하는 기준 적용해야"
쌍용건설의 KT 판교사옥 앞 시위를 계기로 KT 발주계약에 포함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건설업계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T와 도급계약을 진행 중인 건설사는 쌍용건설 외에도 최소 4개 업체가 있다. 각 업체에 확인한 결과 이들 업체가 맺은 계약에는 모두 '물가변동 배제특례 조항'이 들어 있다. 계약 시점 이후 물가상승으로 인해 건설 원가가 상승하더라도 공사비용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특약이다.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에게는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난 2, 3년 공사비 원가의 상승폭은 건설사가 떠안기에 너무 가파른 수준이었다고 건설업계는 호소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지난 9월 건설공사비 지수(잠정)는 153.67포인트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20년 9월 건설공사비 지수가 119.9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28.2% 올랐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여건 변화로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크게 오른 탓이다.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를 967억 원에 수주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17.6% 많은 1138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위(발주처인 KT)로는 물가연동을 배제한 계약을 했지만 아래(하도급 업체)로는 공사비를 인상해 주면서 중간에 끼인 상황이다. KT판교사옥 사업에서 쌍용건설과 계약했던 약 50여 곳의 하도급 업체 상당수는 공사 중 비용을 인상하는 내용의 재계약을 맺었다. 개중에는 당초 계약금을 2배 올린 업체도 두 곳 있었다.
서울 구의동에서 옛 전화국 부지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했던 롯데건설도 하마터면 큰 손실을 입을 뻔 했다. 이 공사의 기본도급액은 6149억 원이었다. 쌍용건설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사원가가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1000억 원이 넘는 초과 공사비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롯데건설은 주상복합 분양수익으로 공사비 손실분을 메울 수 있었다. 분양수익이 없는 사업을 맡은 경우는 초과 공사비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당초 이 같은 조항이 도급계약에 포함된 것부터가 불공정했다고 말한다. KT라는 거대 발주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KT가 단발성으로 발주가 나오는 곳도 아니고 건설사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수주활동을 해야 하는 발주처이다 보니 계약 협상력이 동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많은 업체가 취재 과정에서 실명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자칫 KT와 관계가 틀어지면 앞으로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해서다.
B건설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사례를 보고 고무된 협력업체들이 '우리도 저렇게 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아 말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공사비 이렇게까지 오르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맺은 계약이라고 해도 민법상 '사정변경의 원칙'을 고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관점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원가상승 속도는 그 이전 십여 년에 비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코로나19나 전쟁 발생 같은 변수를 예상할 수도 없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판례에서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 체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4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지난 8월에는 물가변동 조정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고시하기도 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KT는 공기업적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관급공사에 준하는 기준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기업이 민영화된 발주처 중 이런 '독소조항'은 KT밖에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KT는 공사비 조정에 부정적이다. KT 관계자는 "이미 민영화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우리가 공공발주 기준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며 "그쪽(도급 건설사들)에서 말씀하시는 사항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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