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아도 감수해야"…2금융권 찾는 전세 세입자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0-21 17:36:21
2금융권 대출 한도 커…고금리가 서민 가계 '위협'
최근 2금융권을 찾는 전세 세입자들이 증가 추세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규제 탓에 은행 전세자금대출이 막힌 세입자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한 모(42·남) 씨는 21일 "얼마 전 새로운 전셋집을 구했는데 은행 전세대출이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와 당황했다"며 "어쩔 수 없이 캐피탈에서 추가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소유한 집을 세놓고 다른 곳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다. 그러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1주택 세입자의 전세대출 한도도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처지가 됐다. 캐피탈 대출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높았지만 한 씨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남 모(55·남) 씨는 빌라를 한 채 갖고 있으나 직장이 멀어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빌라가 팔리지 않아 고민하다가 결국 지난달 소유 주택을 세놓고 직장 근처에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그런데 하필 그 직전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지방 아파트 한 채를 상속받았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다주택자가 된 셈이다. 남 씨는 우선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직장 인근 아파트로 이사 간 뒤 빌라와 지방 아파트를 빨리 정리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은행 직원은 "정부 규제에 의해 다주택자에겐 전세대출을 실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 씨는 거듭된 사정 설명에도 통하지 않자 고민 끝에 저축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 계약금을 날리는 위기는 면했다.
정부는 집값 폭등의 주 원인 중 하나로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매)를 지목하고 전세대출을 거듭 조이고 있다.
먼저 '6·27 대책'으로 은행권 다주택자 전세대출 및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9·7 대책'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 1주택 세입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축소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도 은행을 내리누르고 있다. 거듭된 대출규제로 지난 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1조1964억 원)이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765조6483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5534억 원 늘었다. 이미 9월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러자 여러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정해준 가계대출 한도를 소진해 창구를 닫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1, 12월 영업점당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 원으로 제한했다. 하나은행은 대출모집법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대출상담사로부터의 신규 접수를 멈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조건에 문제가 없음에도 총량규제 때문에 대출이 실행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차주가 '제발 대출만 해달라'는 데도 거절할 수밖에 없어 우리도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돈이 급한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금융권 전세대출은 규제를 비켜가 1주택 세입자나 다주택자도 자유롭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도도 크다. 캐피탈 관계자는 "이미 은행 전세대출 한도를 다 채운 세입자라도 캐피탈이나 저축은행에서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으로 은행 한도액의 40~50%가량 더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보통 4%대이나 2금융권 전세대출 금리는 낮아도 5~6% 수준이고 높으면 10% 이상이다. 그만큼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방법이 없어 고금리를 감수하며 2금융권을 찾은 세입자들은 불만을 표한다. 남 씨는 "다주택자라고 일률적으로 전세대출을 금지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씨는 "1주택 세입자를 괴롭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자식 교육, 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내 집에 실거주하지 않고 다른 집에 전세 세입자로 사는 걸 택할 수 있다"며 "현 국토교통부 차관이나 여당 원내대표도 같은 경우 아니냐"고 꼬집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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