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폐컴프레서, 순환자원 아닌 산업폐기물"…함안CRC 고철 주장에 쇄기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2025-12-01 17:48:45

경남도 유권해석 요청에 두달 만에 공식 통보
함안CRC, 당초부터 기름묻은 '폐컴' 반출 정황
CRC→폐기물업체→고철업체 불법 유통 확인

경남 함안 CRC(칠서리사이클링센터)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이하 '폐컴'·일명 폐콤프레샤)의 불법 유통 논란과 관련, 환경부가 "'폐컴'은 재활용(순환자원 지정 품목) 고철이 아닌 일반(산업)폐기물"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내놨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 당국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폐기물 처리업체에 대한 관할권 등의 이유로 여전히 단속을 외면하고 있어, 탁상 행정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KPI뉴스 2025년 10월 10일 '함안 CRC 고철 둔갑 폐컴프레서 불법 반출 지속' 등)

 

▲ 양산시 북정동 고철업체에 보관돼 있는 다량의 폐컴프레서. 우측 하단 빨간 네모 안 사진은 '폐컴'을 분해하자 내부에 기름이 흥건히 남아 있는 모습 [독자 제공]

 

1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최근 경남도에 "(문제의) 폐컴프레서는 51(사업장폐기물)-29(금속류)-고철(01)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통보했다. 경남도 환경정책과가 지난 9월 중순께 폐컴프레서의 불법 반출 문제와 관련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지 2개월 만에 나온 답변이다.

 

환경부는 경남도에 보낸 공식 문서를 통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페컴'이 기름성분을 5% 이상 함유한 경우 지정폐기물로, 5% 미만일 경우 사업장 일반폐기물"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페컴'은 재활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된 '순환자원지정제품' 품목의 하나인 '고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20년 전인 2005년에 리사이클링센터(RC)를 대표해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 그대로다.

이번 환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폐컴'은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순환지정제품'이라는 것을 환경부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고 주장해 온 함안 CRC측은 불법 유통 책임에다 거짓 대응에 대한 도덕적 비난까지 떠안아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 내몰렸다.

함안 CRC측은 KPI뉴스와 공동 취재에 나선 언론사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자사는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에 대한 위탁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수탁 폐기물업체의 불법 유통 사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폐컴'이 마치 순환자원지정제품에 포함된 '고철'인 것처럼 포장해 왔다.

 

▲ 함안 CRC 측이 폐컴프레서 불법 반출 문제에 대한 서면질의에 대해 응답한 답변 내용. '자원순환지정제품'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환경부는 이를 정면 부인했다. 

 

이처럼 함안 CRC측이 또다른 거짓말 논란을 일으키며까지 '폐컴'을 일반폐기물 아닌 '순환자원지정제품'(고철)이라고 애써 고집한 배경 또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재활용 고철'이라는 명목으로 수탁업체로부터 적지 않은 매각 대금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함안 CRC로부터 물량을 건네받는 곳은 부산진해경자청 관할지역에 위치한 A 업체로, 해당 업체의 '폐컴' 처리량은 연간 4000~5000톤으로 추정된다. 매입비로 따지면 무려 50억 원가량이다. 이 업체는 2001년 CRC 설립 초기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폐컴프레서를 수탁 처리했다가 올해 6월 다시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함안 CRC와 '재활용 고철 위수탁' 계약을 맺은 A 업체가 다른 업체로 '폐컴'을 마구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기름 범벅 상태의 '폐컴' 수천 톤이 폐기물처리 권한마저 없는 일반 고철업체까지 넘어간 정황도 취재진에 의해 곳곳에서 확인됐다. A 업체에서 반출된 '폐컴'은 확인된 곳만 3곳(녹산공단 B, 김해시 C, 양산시 D)으로 흩어졌다. 김해와 양산시에 있는 업체 2곳의 경우 폐기물처리 허가마저 받지 않은 일반 고철상이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체가 원형 그대로 다른 업체에 반출하면 엄한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위탁업체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환경부의 이 같은 명확한 지침 통보에도, 경남도는 함안 CRC에서 반출된 '폐컴'의 불법 유통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A 업체의 소재지가 부산권역이라는 이유에서다. A 업체로부터 '폐컴'을 대량 떠안은 불법 유통업체를 관할하는 양산시·김해시 등 관할청 또한 눈치만 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환경부 자원순환국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고철로 분류해 나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되는 게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반출된 '폐컴'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처리자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해당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한편 CRC의 '폐컴' 불법 반출 논란은 지난 8월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위치한 두 곳의 고철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고철 야적장에서 기름 유출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재활용업계 전문가에게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8월께 현장을 확인한 재활용업계 관계자와 함께 취재진이 출처를 추적한 결과 배출지는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리사이클링센터(ESRC)로 파악됐다. 이곳 삼랑진 리사이클링센터 운영자는 함안 CRC 출신으로, 역추적 과정에서 함안 CRC의 불법 배출 의혹으로 이어졌다. 향후 함안 CRC와 함께 밀양 ESRC 또한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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