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정부·外人자본만 반기는 전세대출 규제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2-21 17:35:24
정부 '세수 증대'·外人자본 '월세 수입'
수도권 요지에 미치는 영향 낮아
정부는 올해 1분기 중 현행 100%인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9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수도권은 그 이하로 축소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또 하반기부터 차주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능력도 반영해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정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세대출 규제 배경에 대해 "약 200조 원에 달하는 전세대출이 상환능력 심사 없이 공급되다 보니 투기적인 주택 수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분명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심사도 깐깐하게 할 것이다. 이는 전셋값을 낮춰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행위)를 어렵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결국 서민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본다면 당연히 저소득층일수록 불리하다.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가장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서민일수록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밀려나게 된다. 이미 월세 수요는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82만585건) 중 월세 비중은 60.3%로 3년 연속 상승세다.
월세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도 비싸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0.9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뛰었다.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 연속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빌라 월세지수 역시 작년 12월까지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4.9%로 역대 최고였다.
여기서 월세 수요와 가격이 더 상승하면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피해를 야기하면서 정부 기대대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작년 집값이 크게 뛰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양천구 목동 등 일부 인기지역만 주로 올랐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처럼 전국이 불타오르는 흐름은 아니다. 일부 수도권 인기지역 중심으로 오르면서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인기지역은 매매 수요뿐 아니라 전세 수요도 많으므로 전세대출 규제의 영향도 덜 받는다. 비인기지역일수록 규제 영향이 더 강해지므로 오히려 집값 양극화만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말로 집값을 잡고 싶다면 차라리 인기 지역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건 분명 정부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월세 수익에 세금을 매겨 세수를 늘릴 수 있어서다.
또 외국인자본들도 반가워하면서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등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1일 "기업형 임대주택은 투자금 회수까지 기간이 오래 걸려서 국내 기업들은 내켜하지 않는다"며 "주로 외국계 자본이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대출 규제로 정작 집값은 잡지 못하고 서민층이 피해를 입으면서 정부와 외국인자본만 웃는 미래가 그려질까 두렵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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