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부동산 잡자니 국고채 금리 올라…딜레마 빠진 한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2-16 17:16:29

금리 인하 기대감 소멸…국고채 3년물 3% 돌파
채권 투자자들 충격 커…"금리 인하 전엔 해결 난망"

한국은행이 고공비행하는 원·달러 환율과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어느 쪽으로도 쉽게 움직일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 시장 벤치마크로 불리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6일 2.999%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0.001% 소폭 내려가긴 했으나 이달 들어 대부분 3% 이상을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 10월 중반까지는 내내 2%대 초중반을 유지했으나 같은 달 30일 연중 최초로 2.7%대로 올라섰고 이후 가파르게 치솟아 지난 11일엔 3.101%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 한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채권 금리가 솟구쳤다. [게티이미지뱅크]

 

채권 금리 급등의 주된 배경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감 소멸이 꼽힌다. 한은이 환율과 부동산 관련 우려를 표하며 4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니 채권 금리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한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국고채 등 채권 금리가 빠르게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나온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과거 의결문과 달리 '인하 기조'를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를 '여부'로 각각 조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을 정도로 시장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13%로 거래를 마쳐 지난해 7월 31일(3.004%)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3% 선을 돌파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도 국고채 금리 오름세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8.1%(54조7000억 원) 늘어난 728조 원 규모로 편성했다. 항목별로 증·감액은 있었으나 전체 규모는 유지한 채 여야 합의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확장재정 영향으로 정부는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약 1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규모 국고채가 시장에 공급될 것이 확실시돼 국고채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채권 가격이 내리면 금리는 오르게 된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세는 다른 채권 금리까지 끌어올려 여러 모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회사채 금리가 뛰니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미루면서 투자가 줄었다. 은행 대출금리 역시 급등해 민간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채권 금리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한은은 지난 9일 1조5000억 원 규모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했다. 2022년 9월 이후 약 3년3개월 만이다.

 

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외환·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을 거론하면서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 100조 원 이상 규모로 운용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을 내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라고 말했다.

 

독립증권 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한은 금리 인하 전에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대체로 3%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환율과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한은이 함부로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려주길 바라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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